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전세계에 광풍을 일으키고 있다. 또한 슈퍼주니어의 경우 일본은 물론 대만과 홍콩 심지어 저 남미의 칠레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공연을 보러 엄청난 수의 소녀팬들이 몰려들고 있다. 바야흐로 한국문화의 전성시대다. 한국의 문화 콘텐츠의 우수성과 상품성은 이미 내수시장의 검증을 거쳐 해외에서도인정받고 있다. 그 이면에 가수들의 끊임없는 노력과 열정이 배어 있음은 말할 나위가 없다.

그렇다면 의료는 어떠한가? 이미 한국 의료의 우수성은 '의료관광'이라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외국환자의 국내유입이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 정부는 물론 외국에서도 한국의료의 질적인 우수성을 높이 평가하고 있으며, 중동과 미국을 비롯한 북미까지 한국의료가 수출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한국의료의 질적인 우수성을 만든 것은 무엇인가? 가장 중요한 것은 의료인, 특히 의사들의 끊임없는 자기계발의 노력과 희생때문이다. 싸이가 보여주는 퍼포먼스와 음악성이 그 열광의 핵심이며 의사가 이루어낸 치료성적의 우수성이 대한민국 의료 경쟁력의 핵심이다.

싸이는 음원수익으로 그동안의 노력과 희생, 투자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받는다. 그리고 그 합당한 보상을 바탕으로 더 양질의 음악과 퍼포먼스를추구한다. 의사는 진찰료를 통해 환자의 치료와 일상으로의 행복한 복귀를 위한 노력에 합당한 보상을 받는다. 너무 많은 사람이 음원을 다운받으면 싸이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질이 낮아질까봐 1만명이 100원을 지불하고 음원을 다운받고, 그 다음 1만명은 75원만 내고 음원을 다운받으며, 그 다음 1만명은 50원을 내는 시스템을 강제할 수 없다. 그건 비상식적이며 지극히 비합리적인 발상이다. 그런데 그러한 발상과 그것의 강제 적용이 대한민국 의료에서는 이루어지고 있다. 그것이 바로 차등수가제다.

2001년부터 보험재정 안정화를 위해 한시적으로 시행된 이 제도는 의사 1인당 일일 진료건수 기준으로 75명 이하 100%, 76~100명 90%, 101~150명 75%, 150명 초과시 50%만의 진료비를 차등지급한다는 규정이 복지부장관 고시를 통해 만들어졌다. 의약분업이라는 성급한 제도의 강제 시행으로 인한 예상치 못한 의료비의 폭발적인 증가와 왜곡이 가져온 부작용의 불을 끄기위해 급하게 만들어진 이 차등수가제가 건보재정이 흑자로 돌아선 10년이 넘은 지금까지 강압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것은 부당하다. 그리고 이러한 불합리한 제도의 가장 큰 피해자는 대한민국 의료, 특히 의료 전달체계의 근간이 되는 1차 의료이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넘어간다. 대한민국 의료의 우수성을 이야기하고 그것의 수출을 이야기하면서 정작 그 핵심이 되는 의료계에는 부당한 제도적 제약을 유지하는 것은 마땅히 재고되고 철폐되어야 한다. 가뜩이나 저수가로 신음하는 의료계에 차등수가제라는10년이 넘게 채워진 족쇄를 풀지않고서대한민국 의료의 건전성과 우수성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것이 결국 의료에서도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대한민국 의료계의 질적 양적 성장을 가지고 온 가장 큰 원동력중의 하나는 자율성이었다. 이제 정부는 의료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한다. 일방적 규제와 쥐어짜기식의 의료정책으로는 더 이상 국민들의 양질의 의료에 대한 요구를 충족시킬 수 없으며, 의료계 또한 그것을 만들어 낼 수 없다. 차등수가제와 같은 불합리한 규제의 철폐와 저수가 정책의 개선, 의료계에 대한 자율성 보장과 올바른 대우가 왜곡된 대한민국 의료를 회복시키고 발전시킬 수 있다. 세상에 싸고 좋은 것은 없으며, 적정한 투자없는 성과물은 없다. 저임금의 노동집약적 수출산업의 시대가 지나갔듯이 저수가 억압적 의료정책의 시대는 바뀌어야 한다.

의료는 과학과 이성임과 동시에 힐링이며 감성이다.아이러니하게도 현재 대한민국 의료계에는 힐링이 필요하다. 힐링된 의료만이 국민을 힐링 할 수 있다. 싸이의 말춤을 전세계 수십억 인구가 추듯 차등수가제와 같은 비합리적인 정책의 개선이 있을 때 대한민국 의사가 전세계 수십억 인구를 힐링 할 수 있게될 것이다. 싸이는 '갈때까지 가보자'고 소리치지만, 대한민국 현 의료정책으로는 갈때까지 가서는 안된다. 올바른 개선과 변화가 필요하다. 그러한 이후에 '강남스타일'과 같이세계로 갈때까지 가보는 온전한 한국 스타일의 의료가 가능할 것이다.

<강진욱 대한이비인후과개원의사회 공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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