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교육과학기술부는 서남대학교에 대한 특별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총체적인 비리와 불법·편법적인 학사운영 등이 드러났는데,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서남의대 졸업생에 대한 의학사 취소 조치이다. 임상실습학점 이수를 위한 기준시간을 미충족한 학생들의 학점을 취소하고, 이에 따라 졸업이수학점이 모자란 134명에 대한 학사 취득을 취소하라는 결정 말이다.

학교와 교육당국을 믿고 교육을 받은 학생들 입장에서는 날벼락이 아닐 수 없다. 심지어 졸업생 중에는 의학사 학위가 취소되면, 의사면허 국가시험을 통과해서 병원에서 진료하고 있다가 갑자기 면허가 취소되어 환자 진료를 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어 심각한 지경이다. 그래서일까 “온갖 비리를 저지르고 불법을 자행한 학교법인 설립자는 집행유예 뒤 사면복권 되는 반면, 선량한 학생들은 의사 면허까지 취소될 상황에 내몰리는 게 과연 2013년 대한민국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냐”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또 병원에서 진료 받는 국민들 입장에서도 서남의대 출신 의사인지 아닌지 갸웃거리게 된다거나 혹은 의과교육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확대되어 의사의 전문성에 대해 전적으로 신뢰를 줄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의료계에서는 이미 수년전부터 이와 같은 문제를 예견하고, 관계당국인 교과부에 대책을 지속적으로 촉구했지만 묵살되기 일쑤였다. 의료계 자율 평가인증기구인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 평가를 거부했을 때부터 서남의대의 부실은 예견되었다. 일각에서는 관리감독 주무부서인 교과부가 이와 같은 사실을 분명 인지했을 텐데 왜 모르는 척했는지, 혹 내부 비호세력이 있는 건 아닌가라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결국 모양새가 어른들의 못된 짓에 죄 없는 아이들이 된통 당하는 격이 되어버렸다.

어찌됐든 고름이 터졌고, 이제는 썩은 부위를 도려내고 재빨리 봉합해야 하는 일이 남았다. 무엇보다 우선해야 하는 일은 학생들을 보호해야 하는 것이다. 재학생들의 이동교육을 보장하고, 졸업생들의 의사면허 취소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교과부, 보건복지부, 의료계가 머리를 모아야 한다. 재단 운영진의 전면 교체나 필요하다면 학교 폐쇄나 통폐합과 같은 정상화 조치도 이뤄져야 한다.

그리고 의과교육의 총체적 부실에 대한 국민적 의혹 해소를 위해서, 의료를 가장 잘 아는 의료계 전문가집단에 의한 자율적 인증을 의무화 하고,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 법적지위를 확고히 해야 할 것이다. 특히 80~90년대 의료계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략적 목적 등으로 무분별하게 의대 승인허가를 내주기만 하고 사후관리 감독을 전혀 하지 않아 지금의 서남의대 사태가 시작된 것이라고 본다면, 이제라도 의과대학 설립을 위한 엄격한 사전평가와 지속적인 사후평가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그래야 제2, 제3의 서남의대 사태를 막을 수 있다. 아무쪼록 소 잃고서라도 외양간을 잘 고치는 우리가 되었으면 한다.

송 형 곤
대한의사협회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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