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요즘 심각히 고민 중이다. 비단 나뿐만이 아니라 이런 고민을 할 사람이 많을 줄 안다. 장학금 후원을 계속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다.

올해부터 대학등록금의 반을 정부가 지원한다고 한다. 반값 등록금이다. 반값 등록금이 시행된다고 해서 모든 학생들의 등록금이 반값이 되는 것은 아니다. 생활 형편에 따라 차등 지급된다고 한다. 어려운 학생은 혜택이 많고, 형편이 나은 학생들은 혜택이 없다고 한다. 좋은 제도이다. 학생들의 가정형편에 따라 정부가 등록금을 지원하는 것이다. 그런데 반값 등록금은 학자금 대출과 달리 변제의무가 없다. 그냥 주는 것이다.

대학에서 주는 장학금은 종류가 다양하지만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성적장학금과 가사곤란자 지원 장학금이다. 성적장학금은 경제적인 형편과 관련이 없지만 그 외 다른 장학금은 대개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이 우선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장학금은 중복수혜를 금하고 있다. 한 명이라도 더 많은 학생들에게 혜택이 가게 하기 위해서이다.

정부는 반값 등록금 예산을 편성하면서 학교나 외부에서 지원하는 장학금을 반값 등록금 사업에 포함하려는 것 같다. 그러니까 반값 등록금에 소요되는 총예산에서 현재 지원되고 있는 장학금을 뺀 나머지 액수만큼 정부재정에서 부담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래서 대학에 반값 등록금을 지원할 때 자체 장학금 확충 정도에 따라 지원이 달라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이론상으로는 올바른 방법이다. 그런데 소위 잘나가는 대학들은 장학금이 많다. 선배가 많아서이기도 하지만 기업들도 그게 자신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서이다. 장학금을 많이 확보하고 있는 대학이 좋은 평가를 받고 그런 대학일수록 반값 등록금 지원액이 많아질 수 있다. 서울 소재 대학에 학생을 보내는 부모들은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편이다. 서울에 대학생 한 명 유학 보내는 돈이 결코 만만치 않다. 경제적 여건만으로 따지자면 상대적으로 지방대학에 지원이 많이 갈 수 있다는 말이다. 수도권 대학들이 가만있을까? 앞으로는 지원금 규모가 우수학생유치에 중요한 변수가 될 텐데 지원금 배정을 둘러싼 논쟁이 그리 간단치 않을 것이다.

그것 말고 사립대학들은 또 다른 고민이 있다. 등록금은 사립대학재정의 가장 중요한 수입원이다. 지금도 얼마 안 되는 정부지원금을 빌미로 대학에 이런저런 간섭을 하고 있는데, 반값 등록금의 지급을 어떻게 할지는 모르겠지만 그 많은 돈을 주면서 과연 대학을 그냥 놔 둘 것이냐 하는 것이다. 그리고 지원방법이야 어떻든 실제적으로 정부지원금이 사립대학 재정의 상당부분을 차지한다면 국공립대학과 어떻게 구별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있다.

어떤 기준으로 어떻게 지원이 될지는 모르지만 반값 등록금에서 정부가 간과하고 있는 것은 장학금기부를 하고 있는 선의의 기부자들이다. 내가 내는 세금으로 정부가 장학금을 주는데 세금도 내고 장학금도 주어야 할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아직도 고민 중이다.

김 형 규
고대안암병원 내과 교수

의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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