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국제병원연맹(IHF) 총회에 참석하고 돌아왔다. 이번 IHF총회는 인구고령화와 부족한 의료인력 문제 그리고 의약품 리베이트 문제 등 최근 여러 나라에서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들에 관해 중점적으로 논의했다. 그런가하면 총회 행사의 일환으로 열린 IHF 대학병원 지부회의와 전략워크숍을 통해 대학병원들의 IHF 참여를 활성화하고, 국제보건의료정책 및 통계자료 공유 방안을 마련키로 했으며, 병원 유관기관 및 관련업체의 적극적인 참여를 권장하기로 했다.

이번 IHF 총회는 한마디로 전세계 병원계가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들을 제기하여, 심각하게 논의하고 그 대책을 강구하자는 공감대사 이루어진, 지금까지 열렸던 그 어떤 총회 때보다도 실효성 있는 행사였다는 생각이 든다.

한두 번 다녀 온 것도 아니건만 외국에 나갈 때마다 느낌이 새롭다. 내 집, 내 직장, 내 나라에 있을 때는 미처 깨닫지 못하던 것을 외국에 나가 보면 새로운 것을 보게 되고 또 느끼게 된다. 이번 여행 또한 내게 적지 않은 것들을 느끼게 했다.

각종 언론을 통해 들어 아시겠지만 유럽의 대다수 나라들이 경기침체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런데 이번 IHF총회가 열렸던 스위스만은 예외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거리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얼굴은 하나같이 밝고 힘이 넘쳐나는 모습이었다. 거리거리 그 어느 곳에서도 경기침체로 인한 어두운 면을 느낄 수 있는 구석이 없었다.

행사 틈틈이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사람들의 몸에 배인 친절함과 교통을 비롯한 사회 각 시스템의 편의성으로, 낯선 곳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생소하다거나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 무엇보다도 스위스 국민들의 최저임금이 우리나라 화폐로 500만원 정도이고, 나와 같은 직종에 있는 의사들의 월평균 수입이 3천만~4천만원에 이르며, 사회보장 또한 완벽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부러운 마음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이렇듯 국민 개개인의 사정이 풍요롭고, 사회보장제도가 완벽하다보니 노후준비를 위해 골몰할 필요가 없어 모든 사람들의 모습이 밝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데 수긍이 갔다.
또 거리에서 자가용을 탄 사람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수가 훨씬 많았는데 이는 대중교통 시스템이 너무도 잘 되어 있기 때문인 듯 했다. 실제 행사 기간 동안 주최 측에서 준 교통카드를 이용해 보았는데 이 카드 한 장으로 가지 못할 곳이 없을 만큼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이렇듯 모든 교통시스템이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는데 어느 누가 힘들여가며 자가용을 가지고 나오겠는가?

그리고 교통편이나 유원지 등에서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어린이들을 동반한 가족들을 볼 수 있었는데 아이들이 차 또는 사람들이 많은 장소에서 뛰어다니거나 큰 소리를 지르고 우는 것을 거의 보지 못했다. 이 나라의 이러한 밝고 짜임새 있는 모습들은 국민들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하는 정부의 올바른 정책과 이러한 정부를 신뢰하고 따르는 국민들의 ‘선진의식’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김 윤 수
대한병원협회장

의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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