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의학에 관한 보건정책의 진행방향을 지켜보면 재활의학 전문의의 한 사람으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온냉경락요법 이외의 비급여로 진행하여온 ‘한방물리요법’을 목록으로 만드는 작업이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항목에 우리 선조로부터 내려오는 전통 한의학에 근거한 한방 물리요법과 전혀 관련이 없는 기능정 전기자극 치료, 극초단파 치료, 전문 재활치료, 작업치료, 언어치료 들이 포함되어 있어 당황스럽기 그지없다.

이는 전문적이고 충분한 시간을 투자하여 교육, 평가를 진행하고 그에 적절한 자격을 부여하는 의료인들의 치료 영역에 대한 심각한 침범행위이며, 이는 전문재활치료의 질적 저하를 야기시켜, 결국 피해는 국민들이 볼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진행될 것이 분명하다.

물리치료, 작업치료, 언어치료, 전문재활의료기기 사용 등이 국민 건강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재활치료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최근 들어 한의학이 어려워지면서 노정되는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 나가는 것은 급선무이기는 하지만 전문성을 보유하지 않은 채 다른 영역을 넘보는 행태는 또 다른 폐해를 양산할 것이다.

수요의 감소가 있으면 공급의 조절이 필요하고, 궁극적으로 의료 일원화 등에 관한 연구도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모두가 지혜를 모아 국민 건강을 지키고 전통 한의학이 계승 발전할 수 있는, 쉽지 않지만 어려운 걸음을 내딛어야 할 때이다.

재활의학과 의사도 의과대학 졸업 후에 4년의 전문교육을 받아도 실제로 중추신경계 재활치료나 언어 치료를 제대로 잘 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로, 최소한 한 달 정도는 임상 훈련을 받아야 할 수 있을 것이다. 마치 최고의 자동차 엔진 설계 디자이너가 디자인은 하여도 엔진은 실제 금속을 깎아내고 다루는 기술 장인의 손길에 의해서 최고의 엔진이 완성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심지어 전문 재활, 물리 치료에 관한 어떤 전문 교육이나 훈련이 없는 일반 한의사가 우리 아이의 언어 치료를 하고, 몸이 불편한 어르신의 뇌졸중 재활치료를 한다면, 그러한 치료에 과연 우리 아이나 부모님 치료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을까? 이러한 상상하기 어려운 상황이 일어나려는 작금의 사태가 그래서 안타깝다.

우리 국민의 건강권은 그 어떤 이유로도 침해되어서는 안될 최고의 가치다. 국민의 건강권이 온전히 보호되는 행복한 사회가 그 어떤 이유에서도 도전 받지 않는 건강한 대한민국을 기대해 본다.

이 상 헌
고대병원 재활의학교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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