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 개그프로그램의 유행어가 화제다. "아파트로 이사 가면 뭐하겠노? 집들이 하겠지. 집들이 하면 뭐하겠노? 기분 좋다고 소고기 사먹겠지."(11월 4일 방영 개그콘서트 ‘어르신’중에서)

인생은 본래 부질없는 것이고, 모든 게 새옹지마(塞翁之馬)에 불과한 것일까. 이달 초 정부는 전국 5곳 병원에 권역별 중증외상센터를 지정했지만 아주대병원은 제외됐다. 이른바 ‘이국종법’에 이국종교수는 없었다. 지난 국회 막바지에 극적으로 통과됐던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외상센터에 대한 꾸준한 지원을 통해 국내외상환자의 사망률을 감소시킬 목적으로 지정된 법이다.

사실 외상센터건립은 정부에서도 그 시급성을 인지하고는 있었지만 경제효과가 없다는 이유로 예산마련에 난색을 표하고 있던 사항이었다. 하지만 2011년 1월 삼호주얼리호 사건이 터지면서 국민적인 여론이 형성됐고,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판단, 건립을 추진한 것이다.

이국종 교수는 석해균 선장의 건강상태가 악화되자 오만현지에까지 급파되어 응급수술을 진행하였고, 아주대병원으로 이송 후에도 수차례의 수술을 통해 석선장을 회복시킨 장본인이다. 그동안 한국에서는 의료의 불모지로 여겨졌던 외상외과분야를 재조명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메스컴과의 인터뷰, 다큐멘터리를 통해 외상센터건립의 필요성을 피력하였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번 평가는 최근 2년간 중증외상환자 실적·운영(60%)과 향후 운영계획(40%) 등을 통해 심사했다”며, “실질적인 격차는 향후 운영계획의 완성도에서 나왔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지난 10년간 아주대병원의 외상환자 진료실적은 어떻게 평가받은 것일까. 2011년 국내 중증외상환자의 30%인 5870명이 경기도에서 발생했으며, 아주대병원 외상팀의 예방가능사망률은 2% 대이다.

정부는 2020년까지 현재의 35% 수준을 20% 미만으로 낮춘다는 목표를 삼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놀라운 성과다. ‘예방가능사망률‘은 병원 후송 과정이나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다 사망한 환자 중 적절한 응급조치를 취했더라면 목숨을 건졌을 환자의 비율을 뜻한다. 싱가포르는 22.4%, 남한면적의 4배에 달하는 미국 몬태나 주는 8% 에 불과하다.

이번 권역센터로 지정된 5곳은 외상환자 전용 중환자실 및 수술실 등의 설치비용 80억원 지원, 외상외과 전문의를 최대23명까지 선발가능, 매년 작게는 7억원에서 27억원까지의 추가지원을 받게 된다.

얼마 전 15%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성황리에 막을 내렸던 드라마 ‘골든타임’에서 최인혁 교수(이성민 분)는 여러 가지 정치적인 이유로 응급헬기와 외상센터유치에 실패한다. 최인혁 교수의 실제 역할모델이 이국종 교수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드라마는 미래를 예견하는 능력(?)이 있어야 흥행하나보다.

 

김 기 현
강진보건소 공중보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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