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 구급대는 외상환자를 많이 이송한다. 낙상 또한 많아서 neck collar를 기본적으로 채우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응급실에서 이 collar를 어떻게 처리할지가 애매하다고 한다. 경추손상이 의심되는 상황에 환자를 내려놓고 철수를 해야 한다고 무책임하게 collar를 풀어가지고 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때문에 병원측에 동일 물품을 지급해주기를 부탁하는 경우가 있는데 주로 협조가 잘 되지 않는다고 한다. 상식적으로는 간단하지만 행정적으로는 간단하지 않은 문제인 탓이다. 행정적 협의절차 약간만 있으면 쉽게 해결될 것을 십여년간 지속적으로 옥신각신만 반복하고 있다. 이는 응급의료체계의 병원 전 단계인 119와 병원 간의 단절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다.

이 자리에 부임한 이후 이런 저런 자리에서 들었던 이야기에 따르면 구급대원의 환자 이송시 병원에서의 애로사항이 많다고 한다. 한창 전공의로 근무하며 응급실 당직을 서는 동기들에게 들으면 나름대로 119 구급대원에 대한 불만이 있다. 여느 갈등과 같이 같은 상황에 대해서 서로 해석이 다르고 각자 불만의 갖는 상대방의 행동도 잘 살펴보면 그럴 수 밖에 없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서로 이해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서운함만 남는 것이다. 119 구급대원이 제기하는 대표적인 문제는 환자 인수인계시의 불통이다.

119 구급대원분들은 응급실 의료진들이 본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는다고 서운해 한다. 우리나라에 응급구조학과가 생긴 지도 근 20년이 다 되어가고 이 과의 졸업생이 현업에서 활동한지는 10년이 훌쩍 넘었다. 4년동안 기초의학을 비롯하여 임상의학까지 공부한 1급 응급구조사분들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현장에서 응급처치와 이송만 담당하는 것뿐만 아니라 환자 상태에 대한 impression까지 가지고 이송 중 처치를 한다. 짧은 시간 동안 이송하지만 그 시간 내에 환자의 history를 비롯하여 수많은 정보를 얻어낸다. 이것은 개인적 역량이 되는 것 뿐만 아니라 119 내에서도 구급활동 일지 기록을 강화함으로써 구급대원들이 환자 파악을 확실히 하도록 하고 있다. 어떤 구급대원분께서는 실컷 환자파악해서 정리해 놓으면 의료진이 거들떠 보지도 않아 허탈하기도 하다고 한다.

의사로서 그 어떤 사람도 믿지 말고 스스로 환자의 정보를 얻어내어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것은 교육과정 내에서 수차례 강조받았던 바이다. 그러나 응급상황에서 의식이 명료하지 못한 환자와 경황이 없는 보호자를 대상으로 응급실에서 다시 처음부터 정보를 얻어내는 것보다 정리된 구급대원의 정보를 바탕으로 빠진 부분을 보충하는 것이 합리적으로 보인다. 구급대원분들중에서도 2급 응급구조사 분들은 이러한 정보전달에 여전히 취약함을 보이시지만 점점 1급 응급구조사의 비율이 늘어나고 있어 위와 같은 역량과 의지를 가지신 분들은 충분하다.

119든, 의사든 응급의료에 종사하시는 수많은 관계자 여러분은 각자의 자리에서 맡은 바 소임을 다하며 불철주야 응급환자의 생존률과 예후의 개선을 위하여 노력하시겠지만 이 목적을 위해서는 서로 이해하려는 노력도 중요하다. 내가 든 단 하나의 사례만 이해하려고 시도하여도 119구급대와 응급실 의료진간의 협력은 크게 개선될 것이며 119구급대원분들도 좀더 주체성을 가지고 환자의 생존률과 예후향상에 적극적으로 임하실 것이다. 

한종수
충남 소방안정본부 공중보건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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