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이 코앞에 다가온 이 시점에서 ‘의료계 현안을 해결 할 수 있는 적기’라는 판단 아래 개원가 중심의 파업을 하겠다고 의협은 말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일부 의료계 대표들은 ‘회원들의 정서에도 부합하지 않으니 지금은 협조하기 어렵다’는 말로서 화답했는데 그러거나 말거나 결국 의사협회장은 무슨 의도인지 협회 안에서 단식을 시작함으로써 참여를 독려하기 시작했다.

이 시점에서 드는 의문은 ‘과연 누구를 위한 파업 주장인가’라는 것이다. 왜 그런가? 투쟁, 그것도 파업이라는 것은 무척 극단적인 행위다. 적절한 이슈에 대해서 상대자가 명확한 상태에서 목표를 뚜렷하게 정하고 대화부터 시작해서 투쟁을 거쳐 종래에는 파업으로 이행되는 것인데, 이번의 경우는 이러한 과정이 모두 생략 됐다.

당사자인 의사들조차 어리둥절할 정도로 준비가 안 된 상태인데 협회와 회장 지지 세력들은 ‘그렇다면 당신은 현재의 의료 시스템이 적절하다고 생각하느냐? 투쟁은 안 할 것이냐’라는 질문으로 현 상황을 우려하는 회원들의 입을 막고 있다.

대한민국의 의사치고 현 의료시스템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까? 너무 당연한 질문으로 파업의 정당성을 주장하는데 이는 앞서가도 너무 앞서간 것이다. 실제 개원의들이 토요일 진료 하루를 뺀다는 것은 결코 간단치 않은 일이다.

또 환자들에게 뭐라고 설명할 것인가? 현 상황이 전 국민이 인지하는 심각한 의료문제가 있는 상황인가? 대부분의 국민들이 의사들이 파업을 할 것이라는 것을 감지하고 있던 상황이냐는 말이다. 아마도 부정적인 반응이 나올 것이다.

사실 정말 투쟁이 가능했던 이슈들은 진즉에 수도 없이 있었다. 포괄수가제 논의 당시 투쟁의 열기를 고조시키고는 회장이 갑자기 철회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가? TV토론과 라디오 출연 등 포괄수가제에 대해 국민적 관심은 다 끌어다 놓고는 갑자기 정몽준 의원 방문을 핑계로 접어버렸지 않은가? 그보다 더 나은 적기가 있었을까?

대선 주자들도 그 때라면 관심 갖고 의견을 냈겠지만 지금이 그럴 때인가? 그 이후 ‘의료계가 자정해야 한다, 착한 손 캠페인을 한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일들만 하다가 어느날 갑자기 파업이란다. 정책을 아는 사람들의 집단이 맞기는 한가 싶을 정도다.

누구를 위한 파업인가? 다시 묻는다. 강력한 투쟁을 하겠다고 천명하고 들어섰는데 아무것도 된 것은 없고, 사면초가 상태에 빠진 회장, 개인의 입지를 위한 대회원용 파업 주장이 아닐까 싶다. 이 대목에서 웃기는 것은 회장이 하자면 무조건 따라서 해야 하지 않느냐는 주장을 하는 대표들도 있더라는 것이다. 그럴 것이라면 대표가 왜 필요한가? 회장 하나면 되지….

박 종 훈
고려대 안암병원 정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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