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 날개
김석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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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꾸는 순간은
누구나 행복하다
환상의 날개를 타고
끝도 없이 달리는
아름다운 세계
그곳엔
감미로운 선율이
흥건히 젖어 있고
너른 가슴으로
포근히 감싸주는
아늑한 마을이 있다
코스모스와
여치가 한데 어울려
그림을 그리는 가을 들녘
고추 잠자리
맴돌다 간 자리
낙엽 홀로 뒹구는
허전한 빈 가슴에
환상의 날개를 타고 꽃길을 간다
때론
사과나무 감나무
줄지어 늘어선 가로수길
온갖 새들 둥지를 트는
공해 없는 맑은 하늘
그런 평화로운 동산을 거닌다
어느 새
뉘엿뉘엿
짧은 해가 석양 빛에 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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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희: 이화의대. 김석희 산부인과의원 원장. 2007년 작고.
등단(한국문학예술).
어쩔 수 없이 하루가 짧다는 걸 깨닫는 건 저녁 해질녘이다. 한 해가 길지 않다는 건 가을쯤에야 깨닫는다. 감미로운 꿈에 젖어 가슴으로만 날던 그 시절들이 낙엽처럼 잦아들며 짙은 노을로 깊숙이 물들어오는 때에야 비로소 그것이 환상이었음을 그 곳이 환상의 날개 위였음을 알아차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