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김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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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목裸木이
무너지듯 기댄다

옆에 있던 헐벗음이
그 무게를 온전히 받는다

자신도 고개를 떨구고
못내 같이 기댄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둘은 서로의 상처를 핥고

그렇게 겨우
새살 돋은 아침

자신의 무게를 빼내어 절룩절룩
다시 세우는 길

그래 그래, 뒤돌아보지 않기
자꾸 뒤돌아보며 울지 않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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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기: 충남의대 졸업. 영주 김신경정신과의원.

리토피아 등단(2003).

사전적 의미로 동행(同行)은 ‘일정한 곳으로 길을 같이 가거나 오거나 함.’ 또는 ‘일정한 곳으로 길을 같이 가거나 오는 사람.’이라고 적고 있다. 대강은 맞으나 온전치 않다고 여긴다. ‘같이’라는 부사가 내내 마음에 걸리기 때문이다. ‘같이’는 동행과 어울리지 않는다. 아니 전연 어색한 설명이란 생각도 든다. ‘같이’가 아니다. ‘함께’다. 같이 생각하고 같이 움직이는 게 동행이 아니기 때문이다. 똑 같이 절룩거려 주는 게 동행이 아니다. 절룩절룩 힘겨워 아무런 겉치레 장식 없이 벌거벗은 채 무너지듯 쓰러져 올 때, 세상 모든 가치의 무게를 미련 없이 빼낸 부목처럼 버팀목이 되어 주는 것이 동행이다. 한 쪽이 살 도려내는 통증에 신음할 때 마주 잡고 같이 울어주는 게 동행이 아니다. 적극적으로 드레싱하고 치유하여 새살 돋게 하는 부지런함이 동행이다. 마주 보는 게 아니다. 함께 같은 방향을 바라 보고 가는 것이다. 혼자 가면 빨리 갈 수 있고 함께 가면 멀리 갈 수 있다고 한다. 동행(同行)에는 ‘간다’는 의미의 글자가 들어 있으나 가는 것만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함께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먼 산을 바라거나 하늘에 뜬 구름이나 별을 바라 보며 옛날을, 지금을, 앞날을 이야기 하는 그 모습, 그 자리, 그 대화 자체가 바로 동행이다. 우리는 지금도 환자의 병력을 듣고 진찰을 한다. 진정한 동행의 의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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