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진 명이비인후과의원장

120년 전 선교사들에 의해서 설립된 의과대학을 시작으로 현재 전국에 41개 의과대학이 있다. 작은 나라에 이렇게 의과대학 수가 많은 것은 정치권에서 국민의 표를 얻을 목적으로 의과대학 설립을 허가해 준 것과 일부 의료재벌세력이 영리 목적으로 의과대학 설립에 뛰어든 결과가 한 몫을 하고 있다.

최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의과대학을 새로 만들어 보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잘 맞지도 않는 통계수치를 내세우며 왜곡 해석하는 학자들과 배후세력들이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의사 수 증원문제를 주제로 다루면서 의사들은 토론장에 부르지도 않고 쉬쉬하며 토론을 했다고 한다. 모양이 궁색해 보이기까지 하다. 한 마디로 꼴불견이다. 이들의 속내는 국민들에게 미칠 의료혜택보다는 정치적 표심 얻기, 그리고 전공의 공급을 통해 싼 임금을 주고 병원을 운영하려는 것이다. 어설픈 논리, 궁색한 토론 그리고 미숙한 해법이 드러났다.

의사수가 모자라다고 제시하는 통계는 자의적인 해석의 오류가 드러났고, 제시한 해법도 너무나 아마추어리즘의 극치다. ‘한 번 해보고 아니면 말겠다’는 주먹구구식의 정책 제안과 실행은 너무나 위험한 모험 같다. 실제로 다른 나라에서도 의사가 부족할 때 채택했던 많은 방법들이 있다. 그들은 엄청난 돈이 투입되는 의과대학 신설이라는 선택은 제일 마지막에 하고 있다.

의사수가 필요할 경우 의사수를 증가시킬 많은 방법들이 있는데 왜 의대신설만을 주장하는 지 의문이다. 외국의 경우 베이비부머 세대의 퇴장이나 전쟁 등의 수요로 인해 의사가 필요할 때, 한시적으로 기존의 의대정원을 증원하여 해결하거나 같은 언어 문화권에서 수입하던가 하면서 탄력적인 정책을 운영하고 있다. 이런 사실에 대해 전혀 연구도 하지 않고 주장을 한 것인지 궁금하다. 대선 때마다 엄청난 돈을 투자해서 지어놓고 텅텅 비어 있는 각 지역의 국제공항의 참담한 모습을 또 보아야 하는 것인가? 대표적 부실 의대로 문제가 되고 있는 서남의대 문제 하나 해결 못하고 있지 않은가? 계속해서 부실의대를 만들고 자랑하고 싶은 것인가?

기피 과 문제나 지역적 편중문제의 해법으로 의사 수만 늘려보겠다는 것도 우스운 일이다. 지역적 편중 문제는 의사수를 늘린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더 높은 수가를 주는 정책을 펴게 되면 된다. 특히나 아이를 분만 할 산부인과의사가 없어 의과대학을 신설한다는 것은 너무 가당치 않은 주장인 것이다. 산부인과 의사들이 전혀 숨조차 쉬지 못할 정도로 옥죄기 정책만 내어 놓고 있었던 정부의 반성을 먼저 촉구한다. 외국에서는 인기 과에 집중되고 비인기과가 발생하는 문제를 탄력적인 인센티브정책으로 해결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공중보건의가 부족하기에 의대신설을 해야 한다는 주장역시 논리가 너무 빈곤하다. 최근 의과대학 학생의 남녀비율에 큰 변화가 있었다. 의학전문대학원 체제도입과 남학생들의 상대적 성적부진 현상이 합쳐지면서 남학생수는 줄어들고 60%이상을 여학생들이 차지하고 있다. 2006년 의사협회에 신고한 의사면허 소지자는 7만1940명이며, 이중 남자가 5만 7564명으로 80%, 여자가 1만4376명으로 20%를 차지했다. 여의사 수가 해마다 꾸준히 늘어나면서 전체 신고회원에서 여의사가 차지하는 비율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전체 여의사의 약 60%가 20~30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여의사 증가 현상은 공중보건의 제도를 통해 싼 비용으로 의사를 배치해왔던 시스템에 빨간불을 켜게 한 것이다. 공중보건의 제도를 손보면 되는 것이지 남자 의사를 싼값에 이용하려고 의대 신설을 주장한다는 것은 전혀 해법이 될 수 없다. 의대 신설을 주장하는 분들은 이러한 의문점에 대한 투명한 해명과 사과가 있어야 할 것이다. 부실한 정책은 국민의 돈을 허비하게 된다. 국민의 돈은 눈먼 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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