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다발성경화증환우회는 희귀난치성 질환인 다발성경화증 환자와 가족들이 투병 경험과 치료 정보를 나누며 서로를 보듬고 지지하며 희망을 키워나가는 모임이다.

다발성경화증은 뇌와 척수 등 중추신경에 면역세포 공격이 일어나 우리 몸 곳곳에 신경통증과 마비가 발생하는 질환으로, 한번 발병하면 평생 반복적으로 다양한 증상이 재발한다. 감각장애, 배변장애, 사지운동기능장애, 신경통증, 인지기능장애 등이 주요 증상이다.

그런데 한번 손상된 신경은 복구되지 않기 때문에, 재발이 자주 반복될수록 신경세포가 죽고 장애가 축적돼 하반신 마비, 시력상실, 인지기능 저하 등 중증 장애와 영구 장애가 후유증으로 남는다는데 치명적인 심각성이 있다.

이처럼 환자마다, 또 재발할 때마다 나타나는 증상이 각기 다르고 병의 진행속도가 각기 달라 다발성경화증은 ‘천의 얼굴을 가졌다’고 한다. 하지만 환자별로 증상과 병의 단계에 따라 적절한 치료가 초기에 행해지면 병의 진행 속도를 늦춰 큰 장애 없이 살아갈 수 있다.

때문에 완치는 불가하지만 조기 진단과 적절한 치료를 통해 초기 재발률을 낮춰 병의 진행을 늦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편 해외에서는 다양한 신약들이 개발, 도입돼 7~8개의 약제들이 이 질환의 치료에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는데, 국내 환우들은 이런 점이 항상 그림의 떡처럼 부럽고 안타까운 마음을 갖는다.

왜냐하면, 지금 우리나라에는 다발성경화증 치료제로 인터페론 주사제가 유일하고, 2차 치료제가 없어 조기 진단이나 초기 치료를 받아도 이 약이 듣지 않아 방법이 없는 환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 약에 반응하지 않거나 부작용이 나타나는 환자, 병의 진행이 너무 빠른 환자, 주사제에 적응하지 못하는 환자 등 기존 치료에 실패한 다발성경화증 환자들은 대체제가 없다는 것이 큰 문제이다.

이런 상황에서 해외에서 2차 치료제로 많이 사용되는, 기존 치료제 대비 재발률을 50% 이상 떨어뜨린다는 핀골리모드 경구치료제가 2010년 식약청 허가 후 올해 보험급여 심사를 받게 되어, 다발성경화증 환자들이 희망을 걸고 있다. 지난 98년 1차 치료제가 국내 허가된 후 13년 만에 한국에 새로 허가된 신약인 것이다.

한국다발성경화증환우회는 이와 같은 환우들의 절실함을 모아, 보건복지부 및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공문을 보내는 등 신약의 실제적인 도입과 사용을 위해 노력해왔다. 정부의 답변처럼 “환우의 빠른 쾌유를 기원하는” 의지로, 하루빨리 약이 없어 치료를 포기하고 있는 환우들이 새로운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배려해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기존 치료에 실패한 환자들은 대체제 신약의 보험 적용을 기다리는 동안에도 병이 계속 진행되어 중증 장애와 영구 장애가 축적되고 있다. 이 환우회 회장으로서 환우들에게 항상 하는 말은 “사는 것을 포기하지 말고 희망이 있으니 용기를 잃지 말라”는 것이다. 이런 격려의 메시지가 희귀난치성 질환에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막연하게 들리지 않도록, 새로운 신약이 올해 꼭 건강보험 적용을 받아 그림의 떡이 아닌 현실의 희망이 되기를 촉구하는 바이다.

유 지 현
한국다발성경화증환우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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