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진 명이비인후과의원장

내 몸은 나의 것일까? 유교의 영향을 많이 받은 동양에서는 근대까지 ‘신체발부수지부모(身體髮膚受之父母)’라 하여 신체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것이기에 신체를 잘 보존해야 올바른 삶을 사는 것으로 생각한 시절도 있었다. 서양에서는 기독교적인 영향을 많이 받아 나의 몸은 나의 몸을 창조한 조물주의 소유라는 사고가 지배적이었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내 몸은 나의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자기 몸에서 떼어낸 조직을 자기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답부터 말하자면 법적으로 자신의 것이 아니다. 영미법(common law, 축적된 판례가 이후 재판의 판단의 근거가 되고 구속력을 갖는다)은 자신의 몸에서 떼어져 나온 조직은 자신의 것이라고 말할 수 없다고 한다. 이러한 원칙은 모든 영어권 국가의 법률에서 통용되고 있다. 프랑스 벨기에 네덜란드 등 대륙법(civil law, 법전을 판단기준으로 판결을 내린다)체계의 국가에서도 시술 중에 떼어낸 인체조직은 버려진 것으로 판단한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놀랄 일이다. 대륙법체계에서든 영미법 체계에서든, 우리의 몸이 우리의 소유가 아니라는 개념에 머릿속이 빈 듯한 느낌이 든다. 법적으로 우리의 몸은 재산권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수술에 동의하거나 거부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권리가 수술 중 떼어낸 조직의 사용에 대해서는 없다. 인체조직이 사람에게서 분리되는 순간 소유자에게서 버려진 것으로 인정되거나 임자 없는 물건으로 취급된다. 의학과 의학연구가 발달하기 전에는 병이 들어서 인체로부터 제거된 인체조직은 적출된 환자에게서 더 이상 가치가 없다고 여겨졌다.

하지만 오늘날 생명공학이 등장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암환자에게서 떼어낸 암조직을 연구용으로 대량 배양하여 팔면서 특허까지 받아 놓고 있는 상황이다. 죽은 자의 인체조직을 캐내어 인체를 상품화하여 치과용 이식재료로, 피부이식용으로 팔고 사고 있다. 인체가 상품으로 여겨지는 세상이다.

인체를 사고 팔수 있다는 주장에 맞서 국가적으로 법으로 인체의 상품화를 불법으로 정한 나라도 있다. 프랑스가 대표적이다. 프랑스 국가자문윤리위원회에서 1991년 “인간 게놈은 상업적인 목적을 위해 사용해서는 안 된다”라고 발표했다. 이 발표를 중심을 이루고 있는 두 가지 원칙이 있다. 첫째는 “인체는 상업적 용도로 사용할 수 없다는 불가침의 원칙”이다. 다른 하나는 “인간 게놈이 인류 전체의 공동재산”이라는 주장이다. 프랑스식 윤리학을 가장 잘 표현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프랑스에서는 여성이 자신의 난자를 팔수 없다. 이런 금지법의 배경이 되는 근거는 ‘인간의 존엄성과 비착취’라는 원칙이 자리 잡고 있다. 장기이식에 있어서도 프랑스는 사회정의와 권력관계의 문제로 보고 있다. 감옥에 있는 수감자나 경제력이 없는 사람이나 약자의 입장에 있는 사람들에게 장기를 제공을 요청하며 돈이나 다른 보상을 제시하는 경우 이것들은 공갈이나 협박일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러한 행위의 대가로 재정적 이익이 발생 될 경우, 인간 존엄성이 위태롭다고 못 박고 있다. 세계적으로 배아 조작의 이용 가능성에 대해 거의 인식하지 못 했을 시기인데도 매우 앞선 윤리적 기준을 세운 것이다.

프랑스의 이런 확고한 입장에는 아픈 역사가 있었기 때문이다. 1차 대전이후 성행했던 매혈을 통한 전염병의 전파와 에이즈감염 혈액의 유통으로 많은 HIV감염자가 발생하면서 국가적으로 깊은 고민과 분석 끝에 얻은 결과다. ‘오염된 혈액의 비극’은 모든 형태의 상업적 접근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결론을 내린 것이다. 의료가 상업화되고 인체가 상품화될 때 인류의 미래는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무서운 약육강식의 삭막한 세상으로 변해버릴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국가와 의사단체가 이러한 면에서 확고한 경계선을 정하고 지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나의 몸에서 떼어진 인체조직은 나의 것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상품이 될 수는 없다. 나의 인체가 상품화 되어 포장 재료에 싸여 이리 저리 팔리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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