랑콤 마스크팩이 한국소비자원의 조사결과 '미백유효성분이 기준에 미달했다'고 한다. 랑콤은 마스크팩 개당 1만8000원으로 조사된 14개 제품 중 가장 비싼 명품제품이라는 점에서 참으로 충격적인 결과였다. 조사된 국내 마스크팩 시장점유율 상위 14개 품목 중 기준에 미달된 제품은 토니모리와 함께 랑콤이 유일하다.

미국에선 이미 '컨슈머리포트'라고 소비자들이 직접 제품들을 비교평가하고 있었지만, 우리에겐 아직 익숙지 않은 광경이었다. 하지만 최근에 ‘K-컨슈머리포트’에서 등산화를 조사하였고, 이번엔 ‘한국소비자원’에서 마스크팩을 조사하면서, 점차 이슈가 되고 있고 이에 대한 사회경제적 파장도 커질 것으로 본다.

평가는 권력이다. 평가기준에 미달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소비자들의 제품에 대한 인식이 나빠져서 매출도 줄어들게 마련이다. 뿐만 아니라 브랜드 전체 이미지에 나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조사된 제품군뿐만이 아니라 다른 제품군들의 매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클 것이라 생각된다.

생산자가 TV, 신문 등을 이용해서 일방적으로 소비자에게 정보를 알리는 시대는 저물고, 인터넷을 이용하여 블로그 등 제품에 대한 의견을 소비자 개개인이 알리는 시대를 통과하여, 소비자 단체 혹은 정부가 제품비교평가를 하여 국민들에게 알리는 시대가 온 것이다. 이러한 ‘소비자평가’는 의료분야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국내규모 10위 권 대학 병원 중 모 병원이 기준에 미달했다. 더군다나 이 병원은 병상 1인당 수익률이 가장 높은 병원이라는 점에서 더 충격적이다" 라는 기사가 신문에 실리는 것도 꿈만은 아닐 수 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이미 1990년대 초반부터 'US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가 분야별로 병원랭킹을 발표해 오고 있다. 이 외에 톰슨 로이터 같은 다른 기관들로 랭킹을 발표한다. 반면에 한국에서는 중앙일보에서 병원 평가를 시도하였으나, 몇 년 전부터는 발표하고 있지 않고, 국가기관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병원평가를 발표하고 있다. 곧 소비자모임 주도의 의료기관 평가가 한국에도 전면에 등장할지 모른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장벽이 하나 남아있다. 바로 의료진료 정보의 공개이다. 위 흐름이 피할 수 없는 시대적 추세라면, 곧 국민들이 의료서비스 수준에 관한 정보공개를 강력하게 요구할 것이라고 본다. 서울시내 대형병원 중 이미 가톨릭대학교 병원이 이 흐름에 합류했다. 국민들이 매의 눈으로 병원들을 감시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 국민들에게는 더 좋은 세상일지도 모르지만, 의사들 자기검열을 확실히 해야 하는 시대일 것이다. 이런 세상을 살아내기 위해 의사들도 어서 대비를 서둘러야 한다.

 

 

박 제 선
제주 조천지소 공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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