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기토 - 눈물뼈

이규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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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을 떠나본 사람은 안다
그 기억만으로도
눈물과 함께 남은 생이 지탱되어진다는 것을

고향은 뼈다
치유할 수 없는 고통이다

고향을 가졌던 사람은 안다
타향에서 흘리는 눈물과
고향에서 받아온 뼈가
같은 성분으로 이루어졌음을
삶은 눈물뼈 천지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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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열: 부산의대, 대학원 졸업, 동아대 병원 정형외과.

현대시학 등단(1993), 계간 ‘신생’ 편집인.

프랑스 귀족의 아들로 태어나 별 어려움 없이 성장한 데카르트(Rene Decartes)는 진리를 찾노라고 대학을 접고 "코기토 에르고 숨 (Cogito ergo sum)” /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고 주장하며 일약 합리론의 대가로 등장한다.
몸을 지탱하고 아울러 심장 등의 생명 유지에 절대 필요한 장기들의 작동에 없어선 안될 칼슘을 저장하는 뼈는 사물의 바탕이 되는 줄거리나 핵심 또는 기개(氣槪) 혹은 줏대에 빗댄다. 기억으로라도 또렷한 고향은 내 삶의 정정한 뼈다. 낯선 곳에서 눈물 흘려본 이는 그래서 '고향에 뼈를 묻고 싶다' 고 한다. 몸 안에 있든 몸밖에 있든 고향은 그런 곳이다.
어느 누구든지 삶을 이야기 해보라면 한 편 이상의 소설은 쓸 수 있다. 기쁘든지 슬프고 아프든지 눈물 없이 쓸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삶은 눈물이다. 그러나 줄거리 없이 그저 흘리는 눈물은 화학적 성분일 뿐이다. 타향에서 솟는 눈물은 고향에 기대어 흐른다. 뼈에 기대어 흐르는 눈물은 뼈가 들어 있어 아니면 뼈처럼 단단하여 목에 자꾸 걸려 울컥한다. 어느 쪽이든 고체가 액체가 되고 액체가 고체가 되는 성분의 변환을 이 너른 천지 어느 한 구석에서 인식하고 생각하는 일은 삶의 한 줏대이며 핵심이다.
다시 데카르트를 만난다. "인식할 수 있는 모든 인식에 대해 의심을 한다. 의심하고 있는 나는 의심할 수 없어 의심[생각]하고 있는 순간의 나는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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