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지난 2010년 제출한 한국의 의료의 질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보건의료 지출이 아직까지는 OECD 평균에 미치지는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그 증가속도, 특히 병원비용의 지출증가가 매우 빨라 보험재정이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을 경고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이 보고서는 한국의 고령화로 인한 의료수요의 변화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2000년 당시 65세 이상 인구가 34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7.1%였던 노인인구가 2005년에 8.7% 그리고 2010년에 10%로 급격한 증가세를 보인 것으로 집계됐다는 것.

이러한 노령층의 급격한 증가는 사회적으로 갖가지 문제점을 야기시키면서 의료의 질에 대한 요구 역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한국의 급성기 의료공급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으며, 지난 10년 동안 병원 1.5배, 병상수 2.1배가 늘어났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OECD 국가들에 비해 인료인력이 많이 부족한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2008년을 기준으로 할 때 전체 근로자 1천명당 보건의료 및 사회복지 종사인력이 17.5명으로 OECD 평균인 50.8명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임을 밝혔고, 2009년 보고서 역시 보건종사인력 1천명당 병원근무자 수가 5.9명으로 OECD 평균 15.5명에 크게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활동 중인 의사와 간호사 비율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도 OECD 평균에 미치지 못하고 있어 앞으로 의료의 질 향상을 위해서는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인력 공급을 지속적으로 늘려 나가야 한다고 이 보고서는 밝히고 있다.

무엇보다도 의사인력의 지역편차가 날로 커지고, 간호인력 부족현상 역시 날로 심화될 것으로 되고 있으며, 이러한 의료인력의 불균형에 따른 인건비 비중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그에 따른 해결방안이 강력히 요망되고 있다.

OECD 보고서를 근거로 한 이러한 내용의 우리나라의 의료상황은 얼마전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아시아병원연맹(AHF) 총회에서 발표하여, 많은 참석자들로부터 공감을 얻어냈다.

총회 참석자들로부터의 이러한 공감은 바로 우리의 의료상황이 그들에게도 결코 낯설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공식행사 중간중간에 다른 나라 참석자들과 나눈 대화에서도 느낄 수 있었지만 정부의 저수가 정책, 의사 및 간호사를 비롯한 의료인력의 부족현상, 약과 관련한 리베이트 문제 등 우리가 안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들을 그들 역시 안고 있었다.

흔히 이야기들 한다. 세계는 하나라고…. 우리가 안고 있는 아픔들이 결코 우리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다른 나라들 역시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동병상련’의 문제들이었다는 점을 이번 AHF 총회에서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이제 우리는 우리의 아픔을 우리들 스스로 치유하려 할 것이 아니라 같은 아픔을 지니고 있는 모든 나라들과 공동으로 치료방법을 강구하는 지혜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김 윤 수
대한병원협회장

의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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