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진 명이비인후과의원장

천재 과학자 알버트 아이슈타인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아인슈타인의 실물 뇌 사진을 한 번쯤을 보았을 것이다. 1955년 아이슈타인이 화장되기 직전에 그의 시신을 부검한 병리학자 토머스 스톨츠 하비 박사가 뇌를 빼돌린 것이다. 위대한 과학자의 뇌가 무게는 얼마이고, 어떻게 생겼는지 흥밋거리로 전락했다. 당시에는 시신에 대한 관리법이 특별히 정해 진 것이 없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그런데 요즘 미국에서는 화장을 한 후 시신의 증거가 남지 않는 것을 틈타서 장례업자와 의사, 인체조직 제공업자들이 한 통속이 되어 시신의 장기들을 빼돌려 상품으로 팔고 있다고 한다. 이제는 인체까지 돈으로 환산되어 상품화되고 있다.

2006년 애니 체니가 '시체를 부위별로 팝니다'라는 책에서 사람의 뇌는 600달러, 내장을 제거한 몸통은 1300달러, 머리는 900달러에 거래된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나 사체에 대한 관리가 소홀한 미국 같은 곳에서 불법으로 채취된 뼈와 인체 장기들이 전 세계로 팔려가고 있는 것이다.

의학의 발달과 함께 인체조직에 대한 사용범위가 점점 넓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뼈는 임플란트 수술에 이용되고, 심장판막은 심장판막에 이식재료로 쓰인다. 피부는 화상환자에게 이식재료로 쓰이고, 유산된 태아조직은 러시아의 부유한 여성들에게 젊음 소생술이라는 시술재료로 이용되고 있다. 내가 살기 위해 너의 몸이 필요한 세상이 된 것 같다. 인간의 존엄성이 무너져 내리는 느낌이다. 인체조직이 상품화 되어 팔리는 과정에는 항상 불법과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다. 인간을 돈으로 볼 때 인간의 존엄성은 없어지고 단지 물체에 불과하다는 위험한 생각에 몰입 될 수 있다.

영국과 미국인들에게 큰 충격을 준 사건이 있다. 미국의 정치와 문화를 다룬 BBC 프로그램 '아메리카에서 온 편지'의 인기 진행자 쿠크는 94세에 폐암으로 사망했다. 많은 이들이 쿠크의 죽음을 애도했다. 그런데 2005년 12월, 영국과 미국인들은 다시 한 번 쿠크의 이름을 뉴스를 통해 듣게 되었다. 인체조직을 밀매하는 범죄 조직이 죽은 쿠크의 뼈를 치과용 임플란트 공급업체에게 7000달러(약 800만원상당)를 받고 팔아넘긴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쿠크의 시신이 미국의 심장인 뉴욕 맨허튼 장례식장의 관에 있는 동안 도난당한 것이다. 범죄조직이 외과 의사와 장의사를 끌어들여 쿠크의 넓적다리뼈를 불법 적출한 것이다.

더욱이 충격적인 것은 사망 당시 이미 뼈로 암이 전이된 상태였다는 사실이다. 쿠크의 뼈를 이식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임플란트 환자들이 패닉상태에 빠졌다. 이들 범죄조직이 손을 댄 시신은 1000구가 넘는다. 적어도 5년 동안 장의사, 의사 그리고 생명의학업체들과 손잡고 광범위하게 범죄 사업을 진행해왔던 것이다. 이들은 죽은 시신의 질병(암, 에이즈, 간염, 매독 등의 전염성 질병 )을 감추고 뼈뿐 아니라 힘줄, 인대, 피부까지 팔고 있었다. 이런 인체조직을 사용한 환자들은 암 조직이나 전염성 질병에 감염되었던 조직을 자신의 몸에 심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 인체 신비전이라는 전시회가 전국을 휩쓸었다. 독일 의사 군토 폰 하겐트가 1977년 사체 고정기술인 프라스티네이션을 개발하여 수백구의 사체를 각 종 모양으로 전시한 것이다. 근육하나 하나 신경 하나하나를 보는 재미에 시신들이 흥미있는 구경거리가 되었고 하젠트는 돈방석에 앉았다.

그런데 이 모든 사체가 어디서 구해 진 것 인지에 대해 아무도 아는 이가 없다. 단지 중국 대련에 있는 연구소에서 제작되고 있다는 사실만 알고 있다. 사형수의 시신이지 무연고자의 시신인지 어떤 형태로 구입된 것인지 알 수 가 없다. 이미 생체 실험으로 인류에게 큰 범죄를 저지른 독일의사들의 전과가 뇌리에 남아 있는데, 죽은 사체를 단지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시켜 상품화한 이들의 비윤리성에 분노가 인다.

이젠 죽기도 겁나는 세상이 되고 있다. 누군가 나의 몸을 금을 캐는 광산으로 보고 나의 장기가 채굴되어 팔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몸이 상품화되어서는 안 된다. 나는 상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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