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진 명이비인후과의원장

고대시대에는 노예를 상품으로 여기고 사고팔았다. 19세기 미국에서 노예해방이 있기 전까지 흑인노예를 상품으로 매매 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양반과 상놈이라는 신분사회가 6·25 전쟁 전까지만 해도 존재했었다. 양반은 종을 함부로 대하고 돈을 주고 팔고 샀었다. 현대 사회에서는 사람을 돈으로 사고파는 인신매매행위를 불법으로 정하고 비윤리적인 착취 행위로 비난하고 있다. 누구도 이런 행위에 대해 도덕적 정당성을 부여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역사가 되풀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런데 물질에 대한 탐욕과 과학의 발달이 인간들의 양심의 눈을 어둡게 하고 있다. 약자를 착취하는 비윤리적인 행위를 부추기고 있다. 최근 생명과학의 발달과 함께 인간의 신체 일부분이 상품화되어 매매되고 있다. 일명 '인체 쇼핑'이라는 새로운 윤리적인 문제가 출현했다. 난자와 정자를 판다는 광고를 인터넷에 올리고 있다. 맞춤형 아기를 갖기 위해 인도 등지에서 아기를 생산하는 대리모공장이 성업을 하고 있다. 암환자에게 떼어낸 암조직이 연구를 위한 재료로 복제 생산되어 팔리고 있다. 누군가의 뼈와 인체조직이 수출되고 수입되고 있다. 심지어 중국에서는 정부에서 사형수의 장기를 장기이식자에게 팔고 있다. 무시무시한 인체쇼핑이 급성장하고 있다.

몇몇 국가에서는 난자와 정자등의 일부 인체조직의 판매를 합법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2002년 한 해 동안 난자 기증자에게 3700만달러(약 420억원)가 넘는 돈이 지불되었다고 한다. 난자를 사고파는 상업 난자 중계업자까지 탄생했다. 이런 틈새를 타고 아이를 원하는 남성동성애자커플에게 대리모를 알선해주는 회사까지 성업을 하고 있다. 전통적 도덕관념에 심한 충격을 주는 비상식적이고 비윤리적인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인간을 상품화하면서 발생한 일들이다.

자신의 몸을 자신의 결정에 의해 팔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자신의 학력과 외모, 지적수준을 스펙으로 내세워 자신의 신체일부를 상품으로 팔려고 한다. 우리 주변에서도 장기이식 기술의 발달과 함께 자신의 장기를 팔려는 광고가 공중 화장실 등에 붙어 있다. 이런 행위들을 우리는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여야 할 것인지 혼란스럽다.

인간에게 가격을 매기고 상품화 할 때 발생하는 문제들에 대해 조금만 생각해 본다면 우리가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지 스스로 답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먼저 인체장기가 상품화되어 매매되는 것이 합법화 된다면(합법하다고 윤리적으로 정당한 것이 아니다) 사회적 약자가 착취되는 현상이 발생된다. 대부분의 장기 공여자는 경제적으로나 환경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특히 여성이나 신체적 정신적으로 미숙한 사람들이 희생당할 가능성이 높다.

두 번째로 인명경시 사고가 만연되어 사회의 윤리적 기준이 후퇴하는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사회적으로 윤리기준이 낮아질 때에는 재력이 있고, 힘이 있는 자들만 활개를 치는 무서운 공포사회로 변해 갈 것이다. 인간을 존중되어야 할 존재로 보지 않고 살아있는 장기들의 종합세트로 볼 수 있다. 사회적으로 힘이 없고 나약한 존재인 사람은 여러 사람을 살리기 위해 분해 해체되어 버릴 수도 있는 것이다.

생명공학의 발달을 상업적인 눈으로 판단하고 덤빈다는 것은 불을 향해 돌진하는 불나방과 같이 지극히 위험한 행위라는 긴장감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 인체쇼핑의 비윤리적인 행위를 조금씩 허용할 때 돌이킬 수 없는 미끄러운 경사길로 떠밀려갈 수 있다. 복제양 돌리를 만든 후 복제인간에 대한 인간의 호기심과 헛된 욕망은 인간을 상품화하는 풍조에 불을 당겼다. 우리는 인류역사를 통해 인간이 사고 팔릴 때 발생하는 비인간적인 착취와 인명경시의 고통을 경험했다. 우리는 인체쇼핑에 대해 강한 저항을 하지 않으면 우리가 착취와 학대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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