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신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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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 하나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하나 되었다가 둘로,
여럿으로 나눠지는 게
세상 이치거늘

마치 비눗물에서
불려 나온 무수한
오색의 비눗방울들처럼
나눠져야, 그게
비누의 웃음, 비누의 눈물,
비누의 사랑의 현신이듯

하나에서 여럿으로
또 여럿이서 하나로의
합창, 그러면서 먼저 우리는

둘이 하나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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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철: 연세대 의대. 큰사랑노인병원장.

현대문학(1978).

사랑의 법칙이 어디 있는가? 둘이 하나가 되는 셈법이 어디 이치에 맞는가? 사랑의 절창(絶唱)은 이치가 없다. 그래도 억지로 하나 정도 든다면, 티와 허물을 깨끗이 닦아주는 비눗물이 사랑, 사랑법이랄까. 정성 들여 깨끗이 닦아 주며 딴 생각과 그릇된 욕심을 품지 않는 땀방울들은 오색영롱(五色玲瓏)하다. 갖가지 색으로 나뉘어 공중 나는 방울들은 무수(無數)한 법칙 같이 보이지만 실은 여럿이 역할을 나누어 활동하는 하나의 이치일 뿐이다. 독창(獨唱)이 여럿 모여 합창이 울리는 게 아니듯이, 합창은 처음부터 합창으로 싹 터 불려 나온다.
아무튼 사랑의 법칙은 세상 이치를 살짝 벗어나는 것이다. 한길에서 사랑을 나누는 걸 본적이 드물다. 호젓한 숲 속 오솔길에 흐릿하게 달린 샛길, 밤 바닷가 해변….. 그렇다. 그런 곳이라야 여럿이 하나되는 사랑이 간절해진다. 나뭇잎 사이로 쏟아지는 몇 가닥 햇빛, 밤 하늘 은은히 내리는 달빛이 함께 해야 사랑 셈법은 정확해진다. 진료실 한 귀퉁이에 자리한 말없는 흰 가운 한 벌이 그토록 갈망하는 무색(無色) 무음(無音)의 합창 셈법처럼. 비록 비누거품처럼 덧없이 사라져야 할 간절함을 셈하는 무이치(無理致)의 방식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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