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진 명이비인후과의원장

고령에 이른 중환자와 임종이 가까운 사람들은 음식물과 수분 섭취량이 현저히 저하된다. 이 과정은 몇 주에서 심지어 수개월이 걸릴 수 도 있다. 환자는 식욕이 떨어지고, 몸무게가 줄어든다. 음식물과 수분 섭취도 점점 줄어들고, 기력이 떨어지면서 잠을 자는 일이 많아지다가 결국 의식이 몽롱한 상태에 빠져든다. 그러다가 대부분 감염에 의해 죽음에 이르게 된다. 자연스러운 죽음의 과정이다.

이 과정에 의사들의 올바른 개입이 필요하다. 일명 ‘end-of–life care(삶의 마지막 순간에 돌봐주는 것)’라고도 한다. 일반적 통념상 말기 환자에게 튜브나 정맥을 통해 인공적으로 영양을 공급하는 행위에는 이를 통한 환자들의 육체적·정신적 평온을 유지하고 수명을 연장시킬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깔려 있다.

하지만 영국과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나라들, 미국에서 실시한 수많은 연구에서는 이런 전제를 다양한 관점에서 실험했고, 그 결과 일반인들은 물론 의사들이 시급히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자연스러운 죽음을 맞이하는 대부분의 환자들은 질병의 말기 단계에서는 고통에 시달리지 않는다는 결과를 알게 되었다. 수분부족은 고통스럽지 않고 불안이나 불쾌감을 수반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자연이 그런 방식으로 진정시키는 작용을 하면서 죽음의 과정에 개입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가령 체지방을 분해할 때 발생하는 케톤 같은 물질, 그리고 칼로리 섭취 감소와 결부된 물질대사의 변화들은 고통을 완화시키는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수분 부족은 의식을 둔화시키고, 죽음의 단계에서는 불안을 진정시키는 작용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일선 의료현장에서 간병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인공영양을 실시하라는 의사의 처방은 상당히 많은 경우에 환자의 안녕보다는 요양원과 담당의사 또는 가족들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목적으로 선택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병원이나 요양원에서 인력부족과 부족한 보수 때문에 의사가 환자보호자에게 “경피적 내시경 위루조성술(PEG, Percutaneous Endoscopic Gastrostomy)튜브를 삽입해야 합니다. 당신 아버지가 굶어 죽고 목말라 죽기를 바라지는 않으시죠?”라고 말할 때, 가족들에게 대부분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들은 부담스러운 상황과 동의하지 않을 경우 가족의 죽음에 공동 책임이 있다는 비방을 받을까 두려워 대부분 인공영양에 찬성하게 된다.

PEG는 특정한 질환이 있는 환자들에게는 유익한 의학적 치료법이다. 그런데 많은 경우에서 음식을 먹을 수 있지만 시간이 걸리는 경우, 간병을 할 일손이 부족한 요양원에 있는 환자들에게 적용되고 있다. 환자에게 오히려 해가 되기도 하고, 자연스러운 죽음을 방해한다. 인간의 존엄을 해치는 일 일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PEG튜브는 의학 역사상 환자에게 축복보다는 불행을 안겼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반대로 의사도 죽어가는 환자 가족들의 이런 저런 요구 때문에 갈등을 일으키기도 한다. 환자의 임종이 가까웠거나 죽음의 과정이 이미 시작되었는데도 기족들이 인공영양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 치료를 담당한 의사는 불안에 떠는 가족들에게 튜브 삽입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또 죽어가는 환자가 배고픔과 갈증을 표현하지 않는 한 그것이 자연스럽게 해소될 수 있다는 점을 가족들에게 알려야 한다. 나아가 임종환자가 음식물과 수분섭취를 포기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죽음의 과정에 속할 뿐 아니라 이제는 가족들이 환자 곁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려야 한다.

의사들은 임종을 앞둔 사람들이 자연스러운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죽음의 과정에 대해 정확한 지식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또한 그러한 지식을 가족들에게 알려 주어서 임종환자나 가족들이 편안한 죽음, 자연스러운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