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가에서

이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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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강물은 변함없이 흐르고 있습니다.
강 아래 크고 작은 돌들도 여전합니다.
더러는 보채는 소리가 들리기도 하는데
보채는 것들은 워낙 어려서 그런가 봅니다.
그냥 두면 가다가 어떤 이의 품에 안겨
잠이 들겠지요.
역시 큰놈들은 철이 들었는지 묵상을 하듯
점잖게 앉아 있습니다.
빠른 물살에도 꿈쩍 않고 앉아 있는 모습이
대견하기도 하고 측은해 보이기도 합니다.
사는 것이란 다 그런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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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 원장은 부산대 의대 및 연세대 대학원 졸업하고 현재 우리들병원 이사장으로 재임 중이다.

현대문학 등단(1976)

세월이 흐른다고 하지만 사실은 우리가 흘러 가는 것이다. 세상 변한다고 하지만 변하는 건 우리다. 세상은 그대로 있고 우리가 잠시 머물다 가는 투숙객이다. 권력이든 부든 실력이든 건강이든 아니면 진료하는 환자 수든 진료 실적이든 모두가 똑같을 수는 없다. 강하고 약하고 부하고 빈하고 뜨고 소외되고 차이가 있다. 그러한 차이를 못내 인정할 수 없어 보채고 우기는 이도 없지 않다. 넉넉한 이가 먼저 품어 위로해주어야 한다. 튼튼한 이가 아프고 병든 이를 먼저 보듬고 감싸야 한다. 물론 모자라고 덜한 이들이 상처받지 않도록 큰 돌처럼 스스로 낮추어 의젓해지는 배려는 강이든 산이든 어디에서도 보기에 아름답고 대견하다. 아름답고 대견하여 저절로 존경하고 싶어진다.
스펜서(Spencer)는 '사람은 삶이 두려워 사회를 만들었다.'고 이른다. 우리는 서로가 의지하고 기대어 삶을 헤쳐나가는 존재라는 뜻이다. 차이점을 살피고 참아내는 소통은 다른 점을 귀하게 여기는 데서 출발한다. 빠른 물살을 꿈적 않고 견뎌야 하는 인내와 수고의 소통, 어쩌면 측은한 과정. 그 과정을 감내하면서 변함없이 흐르는 세상 만들기를 배우러 강가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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