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조직인 태아를 거부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산모 면역계가 태아를 거부하지 않는 이유 발견

가임기 여성의 임신은 태생적으로 당연한 일이며, 인류가 하나의 종으로서 유지되는 생물학적 신비이지만 여성의 입장에서 보면 태아는 남의 조직이다. 여성의 면역계가 남의 조직인 태아에 대해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태아에 대한 거부반응이 일어나지 않는 이유에 대한 근원적 과학적 설명은 의문으로 남아 있다. 새로운 생명인 태아를 거부하지 않는 것은 결과론적으로 당연한 일이고, 이런 과정을 거쳐야만 인류라는 종의 탄생과 존속이 가능하지만, 이 오래된 의문을 설명하기 위해 어떤 과학적 과정이 필연적으로 일어나는 기전이 최근 연구 발표되었다.

▶ 뉴욕의과대학 연구자들이 태아를 남의 조직이라고 거부하지 않는 이유에 대하여 부분적인 답변이 되는 중요한 발견으로 주목받고 있다.

뉴욕의대(NYU)의 연구자들은 다년간의 의문점인 “왜 산모의 면역계는 남의 조직인 성장하는 태아를 거부하지 않는지에 대한 실마리를 찾아내었다(2012. 6. 8, Science).

연구책임자인 애드리안 얼러바허 교수는 “우리의 연구는 이식면역학과 생식생물학의 근본적 의문, 즉 왜 산모와 본질적으로 다른 항원을 가진 태아와 태반이 임신 동안 모성 면역계로 부터 거부되지 않는가? 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우리가 발견한 것은 여러 면에서 완전히 예상 밖이었다”고 하였다. 이 연구는 미국국립보건원과 암학회의 지원을 받았다.

배아의 착상으로 말미암아 남의 조직을 공격하는 면역계의 작동에 필요한 결정적 경로를 완전히 차단하는 과정이 시작된다. 그 결과 착상부위에 면역세포들이 모일 수 없게 되어 태아발육을 위해할 수 없게 된다.

체내의 자연면역방어가 이식된 남의 조직이나 병원체에 대해 대항하는 중심적 특징은 국소 염증반응의 결과인 케모카인의 생산이다. 케모카인은 활성화 T 세포를 포함한 다양한 종류의 면역세포를 소집하고, 모여서 남의 조직이나 병원체를 공격한다. 이 케모카인 중개하는 활성화 T 세포가 염증부위에 모이는 것은 면역반응의 필수적 부분이다.

그러나 임신도중에는 성장하는 태아와 태반의 항원이 산모 면역계의 세포와 직접 접촉하지만, 여타의 장기이식에서 보는 특징적 거부반응 발생이 일어나지 않는다. 수년 전 애드리안 엘러바허와 그의 연구팀이 남의 조직인 태아를 공격할 자세가 되어 있는 T 세포가 어떤 이유인지 제대로 기능할 수 없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이 결과로 연구자들은 T 세포를 태아로부터 격리하는 어떤 종류의 장애물이 있다고 가정하였다. 연구의 주안점을 태아와 태반을 둘러싸고 있는 탈락막의 특성에 착안하였다. 그리고 마우스모델에서 새로운 해답을 찾아내었다.

연구팀은 임신이 시작되면 탈락막내의 염증반응 부위에 면역세포를 소집하는 유전자가 차단됨을 발견하였다. 이 결과 T 세포는 탈락막내로 들어올 수 없어서 태아와 태반을 공격할 수 없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배아가 착상되면 탈락막내 간질세포의 핵 내에 있는 특정한 케모카인의 꾸러미가 변화를 일으킨다. DNA 꾸러미의 변화는 케모카인 유전자를 지속적으로 비활성화시키거나 휴지시킨다. 순차적으로 케모카인이 발현되지 못하고 T 세포는 배아착상 부위에 모이지 못한다.

주목할만한 것은 이 DNA 꾸러미의 변화는 소위 epigenetic(후생적) 변이(유전자 서열의 변화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유전자 표현형의 변화를 일으키는 변이가 아니라 메칠레이션 즉 DNA의 메틸레이션, 히스톤의 메틸레이션, 아세틸레이션 같은 것)라는 데 있다.

이 결과는 태아-산모 면역관용의 기전에 대한 통찰력을 제고하고 뿐만 아니라 조직간질세포내 케모카인 유전자의 후생적 변이를 활성화 T 세포의 유입을 제한하는 방법으로 규명하였다. 임신 자궁에서는 전형적으로 케모카인유도물질을 분비하여 T 세포를 염증의 부위로 모으는 세포가 기능을 할 수 없도록 차단됨이 밝혀졌다. 이 탁락막은 이와 관련된 면역학적 불활성 지역이다.

이 과정의 부적절한 제어는 염증을 일으키고 산모-태아 연접부위에 면역세포가 모이게 되고, 사람 임신의 부작용을 일으켜 조기출산, 자연 유산과 임신중독증 등 합병증에 이르게 된다.

엘러바허와 그의 연구팀은 차후에 이 후성성 변이가 사람의 탈락막에서도 존재하는지 찾아보고, 이 문제가 사람 임신의 합병증과 연관이 잇는지 조사할 것이다. 그는 이 연구의 결과는 체내에서 종양이 생존하는데 이와 같은 종류의 기전의 가능성을 제기하였다. 이 결과는 임신 뿐 아니라 장기이식, 자가면역질환 등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

우리는 임신 중 태아가 왜 거부되지 않는지에 대한 만족할만한 설명을 제시하기 때문에 매우 고무되어 있다. 또한 말초조직내 T 세포 이동을 조절하는 새로운 방법을 규명하여 다른 질환들에 대한 해석을 제공할 수 있다고 하였다.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