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협회와 병원협회, 의학회의 수장이 바뀌었다. 우연인지는 모르나 비슷한 시기에 모두 바뀐 것이다. 다른 분야는 연임이 있는 모양인데 의료계는 연임이 드물다.

우스갯소리로 '연임은 그 동안에 일을 잘 못했으니 앞으로 더 잘하라고 기회를 주는 것'이라는 말이 있지만 최근 들어 의료계에서 연임이 드문 것이 일을 잘했기 때문이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일 것이다.

의협이나 병협이나 의학회나 연임을 금지하는 규정은 없다. 그러나 연임이 좋으냐 단임이 좋으냐에 대해서는 회원들마다 의견이 다를 수 있다. 연임은 연임 나름대로, 단임은 단임 나름대로 좋은 점과 나쁜 점이 있기 때문이다.

의협과 병협은 이익단체이다. 의학회는 학회들의 단체이니 학술연구가 주목적이겠지만 의협은 의사회원들의 이익을, 병협은 병원의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이다. 그런데 회원의 이익을 지키고 대변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 변호사협회가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전경련이 사회봉사를 활발히 한다고 해서 협회성격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방법이 다를 뿐 그들도 회원들의 이익을 위한 단체이다.

그러면 누구로부터 이익을 지켜내는 것일까. 원래 협상에서 한쪽이 이익을 보면 다른 한쪽은 손해를 보게 마련이다. 간혹 서로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지만 그런 일은 드물다. 의료계에 이익이 되기 위해서는 국민이 의료비를 더 내거나 정부가 의료보험료를 올려야만 된다. 이론적으로는 적정한 의료비를 국민이 부담하고 적정한 의료보험료를 정부가 책정하면 의사가 적정한 의료를 하는 것이 좋겠지만 어떤 것이 적정한가에 대해서는 합의가 없는 상태이다.

얼마 전 모 경제연구소에서 우리나라의 국민소득이 구매력 기준으로 3만 달러를 넘었다고 발표했다. 실제 소득은 2만3천 달러 내외이지만 물가가 상대적으로 싼 것이 이유인데 그 중 의료비는 무려 48%가 싼 것으로 나타났다. 발표한 부분 중 OECD국가에 비해 가장 싼 부분이었다. 음식 값은 오히려 더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결과적으로는 의사들의 희생으로 국민들이 좋은 의료서비스를 제공 받고 있는 셈이다. 그러니까 의료계는 그동안 자신들의 이익을 제대로 지켜내지 못한 셈이다.

연임을 한다고 단체의 이익을 제대로 지켜낼 수 있을지, 아니면 새로운 리더십이 단체의 이익을 지켜낼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국민과 정부를 상대하는 일은 생각 같이 쉽지 않다. 오랜 경험과 인맥 그리고 일관된 정책이 필요한 일이다. 의료계에 훌륭한 인물이 많다는 데에는 공감하지만 그분들이 늘 회원들의 이익을 지켜내지는 못하였다. 그건 그분들의 문제가 아니라 혹시 우리들의 문제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새로운 의협과 병협 그리고 의학회 회장님의 건승을 기원한다. 그건 그들을 위해서라기보다는 우리 모두를 위한 염원이기 때문이다.

▲ 김 형 규
고대안암병원 내과 교수

의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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