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론되고 있는 한국 의료의 문제들을 생각해 보자. 최근에 가장 자주 거론되는 것은 모든 의료가 수도권으로 집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환자는 물론이거니와 의료 인력도 그렇다고 한다.

사실 말이 수도권이지 엄밀하게 말하면 소위 말하는 Big 5 병원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블랙홀처럼 모든 것을 빨아들이고 있다. 의료와 연관된 모든 문제가 비롯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

이런 쏠림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지역별 병상 총량제 등등이 논의 되었지만 글쎄 별로 실효성이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한 방법이 현재의 왜곡된 의료 환경을 개선시킬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 다음 문제는 아마도 급증하는 의료비일 것이다. 비급여 항목의 급증은 이미 국민들에게 심각한 의료비 부담과 건강보험의 가치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어떤 질병은 총 진료비에서 비급여 항목이 절반 이상을 넘는 경우도 있으니 말이다. 이 외에 의료 기관의 입장에서 보면 무분별한 규모, 첨단화 경쟁인 것도 장기적으로 큰 재앙이 될 수 있는 잠재적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위에서 열거한 것들이 현재 거론되는 한국 의료의 문제라고 하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해결책은 딱히 보이지 않는다. 포괄수가제로 어느 정도 재정적인 절감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이는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것이라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하기에는 아직은 모호한 부분이 있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그나마 가장 현실성 있는 것은 의료 전달 체계를 정확하게 대입하는 것이라 본다. 유명무실한 진료 전달체계로 인해 얼마나 많은 왜곡된 현상들이 발생하는 가를 유념해 보아야 할 것이다. 3차 상급 종합병원이 그야말로 중증 질환 중심의 입원 병실 체계만 고수한다고 해도 많은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지 않을까?

문제는 이러한 논란들이 정작 환자 중심의 정책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만성적이고 고질적인 의료 사고와 아직도 80년대 수준의 가족이 책임져야 하는 간병 병실문화 등이야 말로 환자들에게 가장 절실한 문제들인데 일부 노력은 하고 있지만 아직 까지는 지지부진하다.

의료사고는 보상 체계 위주로만 고민하고 정작 중요한 예방 차원의 정책은 눈에 띄지 않는다. 또 2인 3인 가족이 대세인 현 시점에서 만성질환자가 한명 발생하면 직장을 포기하거나 치료비보다 간병비가 더 많이 드는 상황으로 내몰리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우리 국민이 질의 보장을 담보하기 어려운 무상 의료를 바랄까? 무상으로 하되 의료 사고는 좀 나고 간병은 계속 가족들이 하는 제도 보다는 아마도 돈이 좀 들더라도 의료 사고가 없고 간병을 책임져 주는 제도를 선호하지 않을까 싶다.

국민이 진정 원하는 정책이 무엇인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19대 국회에서는 이념적이고 정치적인 의료 정책이 아닌 실질적인 대책이 나왔으면 좋겠다.

▲ 박종훈
박종훈 고대 안암병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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