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정부는 지난번 국회에서 통과한 의료법 개정안의 시행령을 공표하였다.

중요 내용은 면허 재신고 의무와 의료인단체 중앙회에 윤리위원회의 설치 그리고 인터넷 의료광고 사전심의에 관한 내용이다. 그 중에서 윤리위원회 설치에 관한 사항은 일반 회원들에게는 그다지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의협은 이미 윤리위원회를 운영하고 있으므로 윤리위 설치규정 자체는 새로울 것이 없다. 그렇다고 새로운 내용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구성인원 11명 중 외부 인사를 4명 이상으로 한 것과 징계 내용이 ‘면허정지’로 강화된 것이다.

여태껏 윤리위원회는 의사위원들 만으로 구성되어 징계 수행에 어려움이 있었다. 설사 어렵게 징계를 했다 해도 지역과 출신대학 등의 연고로 인하여 징계에 대해 공개적으로 불만을 제기하는 일도 있었다.

징계 내용도 지금까지는 회원자격정지 이상의 징계를 하기가 어려웠다. 그러다 보니 가장 무거운 징계가 회원자격 정지인데 일반 회원에게는 별 의미가 없는 징계일 수 있다. 어렵게 그리고 오랜 기간에 걸쳐 조사하고 토론하고 내린 징계가 정작 당사자에게 별 영향이 없다면 윤리위원회의 존재가 공허해 질 수도 있는 것이다.

새로운 시행령에는 의사자격 정지를 복지부장관에게 건의할 수 있게 돼 징계가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그렇다고 시행령처럼 잘 운영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우선 윤리위는 조사권한에 한계가 있다. 징계대상자가 사실을 부인하면 현실적으로 확인할 강제수단이 없다. 따라서 의료법개정 의도대로 윤리위원회의 권한강화가 실제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둘째, 윤리위는 고발이 없는 인지사건을 조사하기 어렵다. 의사의 환자 성추행과 같이 사회적 파장이 큰 사건도 다른 회원의 고발이 있어야만 조사를 시작할 수 있다.

셋째, 현재까지는 중앙윤리위원회 산하에 시도지부 윤리위원회가 있어서 회원의 징계는 시도지부가 책임을 지는 구조였다. 하지만 새로운 규정대로라면 시도지부윤리위원회에서 일차 징계를 해도 복지부장관에 대한 징계보고책임이 중앙윤리위원장에게 있기 때문에 중앙위원회가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되면 일이 폭주하여 직원을 대폭 늘리고 윤리위원들이 상근을 하다시피하지 않으면 밀려드는 사건을 처리할 수가 없게 된다. 지금도 하나의 사건을 처리하는 데 수개월에서 수년이 걸리는데 이런 구조에서 접수된 사건이 언제 처리될 지 알 수 없는 형식적인 위원회가 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지금까지는 윤리위원회의 징계가 최종적인 징계였지만 앞으로는 복지부장관의 지휘를 받아야한다는 것이다. 복지부장관에게 요청한 징계가 반송되거나 재확인을 요구하면 실제적으로 회원의 징계결정권한이 복지부로 넘어갈 수 있다.
새로운 윤리위원회가 의협과 회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사회로부터 받은 새로운 요구를 어떻게 수용할지는 우리들의 몫이다.

<의약평론가>

김형규
고려대 의대 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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