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진 명이비인후과의원장

의과대학을 졸업할 때 흰 가운을 입고 졸업식장에서 일명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하고 있다.

이 선서는 실은 2500년 전 만들어진 원래의 히포크라테스 선서가 아니라 일명 제네바선언(Declaration of Geneva)을 하고 있다. (이제 의업에 종사할 허락을 받음에 ) 1. 나의 생애를 인류 봉사에 바칠 것을 엄숙히 서약하노라. 2. 나의 은사에게 대하여 존경과 감사를 드리겠노라. 3. 나의 양심과 품위를 가지고 의술을 베풀겠노라. 4. 나는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노라. 5. 나는 환자가 나에게 알려준 모든 것에 대하여 비밀을 지키겠노라. 6. 나는 의업의 고귀한 전통과 명예를 유지하겠노라. 7. 나는 동업자를 형제처럼 여기겠노라. 8. 나는 인종, 종교, 국적, 정당관계 또는 사회적 지위 여하를 초월하여 오직 환자에 대한 나의 의무를 지키겠노라. 9. 나는 인간의 생명을 그 수태된 때로부터 더 없이 존중하겠노라. 10. 나는 비록 위협을 당할 지라도 나의 지식을 안도에 어긋나게 쓰지 않겠노라. 11. 나는 자유의사로서 나의 명예를 걸고 위의 서약을 하노라.

원래의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BC5세기경 히포크라테스 학파에 의해 만들어진 혁명적인 개혁선언이었다. 낙태와 독약 처방이 성행하고 환자를 자기에게 유인하기 위해 동료의사에 대한 음해가 유행하던 시절 히포크라테스 학파의 의사들이 만들고 주장한 고대판 의사윤리선언이다. 이 선언은 후대에 까지 전해져 내려와 의사들이 지켜야할 전문 직업성과 의료윤리의 기초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의학의 발달과 함께 원래의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시대의 요구에 맞게 문구의 개정이 이루어져 왔다. 현재 의과대학 졸업생들이 선서하는 문구는 1948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최된 제22차 세계의사협회(WMA World Medical Association )에서 개정된 제네바 선언이다. 제네바선언은 이 헌장이 발표되기 직전에 행해졌던 나치의 비윤리적인 인체실험 범죄행위가 개정의 주된 배경이 되었다. 제네바 선언은 현 시대와 잘 맞지 않거나 부족한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현대화하기 위하여 시도된 것이다.

그 후에도 제네바 선언으로 탈바꿈한 현대판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여러 차례 문구 수정이 이루어지고 있다. 1968년 Sydney총회에서는 제5항 환자 비밀보장조항에 ‘환자의 사후에도 비밀을 지킬 의무’를 추가하였다. 1983년 Venice총회에서는 제9항 ‘from the time of conception(수태의 순간부터)’를 ‘from its beginning(생명의 시작)’으로 변경을 했다. 1994년 Stockholm총회에서 제7항에 형제 뒤에 ‘자매(姉妹)’를 부가하고, 제8항을 유엔의 인권 결의에 맞추어 수정을 했다. 2006년의 중간 이사회에서 1968년 Sydney개정 시에 개정한 제9항의 ‘수태의 순간부터’를 삭제하는 제안이 있었지만, Catholic국인 Island의사회로부터, 삭제를 하면 WMA가 중절을 인정하는 것이 된다고 하는 반대가 있어, 결국 ‘생명의 시작’으로 타협하게 되었다.

이 제네바선언은 1949년 10월 실제 의사들이 지켜야할 더 구체화된 문구로 WMA 런던총회에서 ‘국제의사의 윤리강령’을 탄생시켰다. 제네바선언과 함께 국제의사의 윤리강령은 몇 차례 개정을 통해 그 결과를 각 나라에 통보하고 있다. 각 국은 이 개정 결과를 의사윤리강령 개정적업의 기초로 이용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개정된 사안들을 우리나라 현실에 맞도록 계속 업그레이드 시키며 개정해야하나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이젠 의사협회가 이런 것들에 관심을 두고 지속적으로 손질하는 작업에 소홀해서는 안 될 것이다. 급속히 변해가는 시대에 발맞추어 가기 위해서는 그 동안 비워두고 무관심하게 방치했던 부분들을 찾아내고 채워가야 한다.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