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진 명이비인후과의원장

“신문에 나오면 곤란하다고 판단되는 일은 하지 말라.”

19대 국회의원 선거 후보 중에서 가장 우리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사건을 들라고 하면 단연 나꼼수 김용민씨의 천박한 발언을 들 수 있다. 나꼼수라는 프로그램이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면서 해도 될 말과 해서는 안 될 말의 경계를 넘어서 버린 것이다. 게다가 김구라라는 연예인도 함께 차마 입에 올리기도 듣기도 거북스러운 저질 발언을 해대고 있다.

김 후보와 김구라 두 사람이 퇴출돼야 하는지 여부를 알아보는 방법은 간단하다. 자신들이 내뱉은 발언들을 가족과 함께 듣고 그들이 이해 해줄 수 있는지를 체크해보면 된다. 일명 뉴스페이퍼 테스트를 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미국의 유명한 기업인 GE (General Electric)는 기업운영에 있어서 윤리지침으로 이 방법을 채택했다. ‘뉴스페이퍼(newspaper) 테스트’라고 불리는 이 말은 신문 1면에 나서 안 될 일이라면 회사 이익으로 이어질 행위라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GE 임직원의 가장 중요한 윤리원칙이다.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인 GE의 윤리규범은 바로 이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GE는 임직원이 사내외 모든 규정을 다 알고 일일이 적용하기가 힘들다는 점에 착안해 ‘뉴스페이퍼 테스트’를 만들었다. 짧은 한 문장이지만 임직원이 스스로 판단하기 어려운 비즈니스 상황에서도 올바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게 도와주는 구체적인 윤리지침 역할을 훌륭히 하고 있다. 이 원칙을 의료계에 적용해보았으면 한다.

진료를 하거나 동료들과 소통을 할 때에 윤리적 판단 기준은 때론 매우 애매하기도 하고 융통성 있는 결정이 필요할 때도 있다. 이때 유용한 방법이 바로 뉴스페이퍼 테스트이다. 스스로 물어보고 의사결정을 해보는 것이다. 자신이 한 일이, 하고자 하는 일이 신문에 나도 부끄럽지 않고 소신 있는 의사결정이라면 누구든 실수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의료사회에서도 이 방법을 도입하여 스스로의 행동을 돌아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의사협회 홈페이지에는 플라자라는 게시판이 있다. 의사협회 회원들의 자유발언게시판이다. 그 유래는 2000년도 의약분업 반대 투쟁 때 하이텔 플라자가 발전해오면서 지금의 게시판으로 이어지고 있다. 회원들의 다양한 의견과 정보를 서로 나누고 힘을 모아갔던 게시판이다.

이 게시판이 수년전부터 저질스러운 욕설과 꼬투리잡기 글 등으로 그 기능을 상실해 가고 있다. 일부 도배 글을 쓰는 분들 때문에 많은 오피니언 리더들의 좋은 글들이 사라져 갔다. 도무지 서로에 대한 배려나 예의를 찾아보기 힘들다. 의사들의 입에서 어떻게 이런 저질스러운 욕설과 말싸움이 기세를 부리게 되었는지 참담한 심정이다. 아무리 옳은 주장을 하고 싶더라도 욕설이나 저질스러운 표현을 스스로 자제할 줄 알아야한다. 자신의 쓴 글이 신문에 나왔을 때 혹은 자신의 가족들이 읽어서 가족이 이해해줄 수 없다면 결단코 윤리적이지 못 한 것이다. 아무리 진실을 말하고 싶어도 그 방법이 사회적으로 인정받기 힘든 방법이라면 하지 말라는 것이다. 게시판에서 해도 되는 것과 해서는 안 될 일들을 윤리규범으로 일일이 규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작은 일이든 큰일이든 찜찜한 구석이 있다면 한번쯤 윤리적 관점에서 자가진단을 해보자. 만약 이런 뉴스페이퍼 테스트에도 부끄러움이나 자제하려는 마음이 들지 않는 다면 그런 분들에게는 법이라는 잣대를 들이대는 수밖에 없다.

의사집단의 수준이 김용민씨나 김구라씨의 수준에 버금간다는 것은 너무 부끄럽고 짜증나는 일이다. 품위 있는 의사답게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과 깔끔한 매너를 서로에게 보여주었으면 한다. 나의 가족들이 내가 쓴 글을 읽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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