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진 명이비인후과의원장

2012년 4월 29일부터 개정되는 의료법에 의해 각 중앙단체에 윤리위원회가 법으로 만들어지게 된다.

그 내용을 보면 각 의료단체가 비윤리적인 소속 보건의료인에 대한 징계를 보건복지부장관에게 요청하는 권한이 주 내용이다. 최대 1년 미만의 면허정지를 요청할 수 있는 권한이 각 중앙단체에 주어졌다. 전문가의 생명과 같은 자율규제 권한을 일부나마 갖게 된 것이다.

실제로는 의료법에 의한 윤리위원회의 역할을 볼 때 징계위원회라고 부르는 것이 더 합당할 것 같다. 그 동안 의사협회는 외부로부터 ‘왜 비리 동료들을 징계하지 않느냐’고 공격을 받을 때마다 자율 징계할 칼(권한)도 없으면서 “강력 징계 하겠다”는 말만 해왔다. 한 마디로 매번 공수표만 날리고 있었다. 이런 사정도 모르는 외부로부터 의사협회가 제 식구 감싸기만 한다고 비난을 받아왔다.

이제 그런 권한이 의사협회에 주어지게 되었다. 개정된 의료법에 의하면 윤리위원회는 위원장을 포함한 11명으로 이루어지고 이중 위원장을 포함한 7명은 의료인이고 나머지 4인은 비의료인으로 구성되게 되어있다. 막상 법에 따라 의사협회 정관도 수정하고 새 윤리위원들도 구성해야한다, 윤리위원회의 주 역할은 비리 동료들에 대한 행정벌칙을 요청하는 것이 주 임무이다. 주어진 권한을 어떻게 합리적이고 공의롭게 운영하느냐에 관심을 가져야만 한다. 많은 의료인들은 비리 동료의사들을 강력하게 처벌하기를 원하고 있다.

하지만 막상 본인도 원치 않은 실수를 저질렀을 때 엄격한 처벌로 자신에게 적용 되면 어떻게 하나하는 두려움도 있을 수 있다. 국제 의료윤리강령에 의하면 “의사는 환자나 동료들에게 정직하게 대하고 인격이나 자격에 결함이 있거나 허위 또는 기만을 자행하는 의사들을 거침없이 폭로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 원칙을 적용하기가 쉽지가 않다. 감정적으로 동료의사를 고발하고 싶을 때도 있고, 우정이나 동정심 때문에 동료의 부정행위 신고를 주저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신고자에게 불리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하고, 다른 동료 의사들에게 적대감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세계의사회 의료윤리지침 제4장 ‘의사와 동료편’을 통해 우리가 어떻게 윤리위원회를 운영해 가야 할지 가이드라인을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이 윤리강령에서는 동료의사를 고발할 때 발생하는 여러가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부정행위에 대한 신고는 의사의 직업적 의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의사는 직업의 평판을 좋게 유지할 책임도 있지만, 의사의 무능·장애·부정행위를 알아 볼 수 있는 사람이 의사밖에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료의사의 징계를 당국에 신고하는 것은 보통 최후의 수단이 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다른 대안을 시도해 본 후 해결되지 않는 경우에만 활용하도록 권하고 있다. 첫 단계로 동료에게 접근하여 그의 행동이 안전하지 않거나 비윤리적이라고 생각한다는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고, 그 단계에서 해결이 된다면 더 이상 발전시킬 필요가 없을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 해결이 되지 않으면, 다음 단계로 문제를 자신 혹은 위반자의 상사와 논의한 후 상사에게 자체적으로 해결하도록 권하고 있다. 이 방법도 실패했을 때에는 최후의 수단으로 행정 당국에 행정 조치를 요청하도록 권하고 있다. 이 권고안을 의사협회 내에서도 정관 개정 시에 잘 반영하여 정관과 규정을 만들었으면 한다. 이혼을 할 때도 가정법원에서는 당사자 간의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서로에게 숙려기간을 의무적으로 주고 있다, 이런 제도나 관행들을 자율징계의 진행과정 속에 포함시켜보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자율규제란 무조건 벌칙만 하는 것이 아니다. 서로를 진정 전문가로서 활동할 수 있도록 지적해주고 고쳐주고 격려해주는 기전이 전제조건이 되어야한다. 전문가는 처벌만으로는 다스릴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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