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는 웬만한 사람들이 다 가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싼 물건은 아니다. 자동차를 사는 이유가 다르 듯이 고르는 기준도 다르다. 그렇다면 좋은 차는 어떻게 고를까? 좋은 차를 고르는 방법은 차의 제원을 보는 것이다. 거기에는 엔진의 성능과 연비, 부품의 구성, 형식 등이 나와 있다. 꼼꼼히 읽고 비교하면 좋은 차를 고를 수 있다.

이론적으로는 그렇다는 말이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제원을 비교하기보다는 차의 외형, 색상이 선택의 중요한 이유가 된다. 필자가 아는 사람 중 차를 사는데 제원을 비교하고 샀다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여전히 진행 중이지만 무상급식 논쟁이 있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주던 무상급식을 모든 학생으로 확대하자는 것이다. 전체 학생 중 15% 내외 학생들에게만 제공되던 급식을 모든 학생들에게 무료로 제공하려면 돈이 더 필요하다. 세금을 더 걷지 않는 한 다른 교육 예산에서 빼올 수밖에 없다. 문제는 급식이 교육의 본질과 관계가 없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대형병원에서 진료수익만으로 병원을 운영할 수 없는 것은 이제 비밀도 아니다. 의료수가가 물가상승률을 따라가지 못 한지 한참 됐기 때문이다. 대형병원들이 몸집 불리기에 여념이 없는 것은 의료수가가 싸기 때문이다. 진료 부분에서의 적자를 장례식장이나 매점, 식당과 같은 부대사업에서 메우고 있는 것이다. 병원의 핵심기능은 진료지만 진료부분의 이익률이 낮으니 상대적으로 이익률이 높은 부대사업에 열을 올릴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상황은 개인의원이라고 다르지 않다. 현행 의료수가체제에서 의료보험에 해당되는 의료는 필수의료에 해당된다. 꼭 필요한 의료행위라는 뜻이다. 의료보험이 안 되는 비급여 부분은 상대적으로 필수의료가 아니라는 말이다. 그러나 필수의료인 의료보험수가로는 의원을 유지하기가 어렵다. 많은 개인의원이 너도 나도 미용과 성형, 비만에 매달리는 이유도 이와 비슷하다. 의료에서도 핵심기능 보다는 부가기능이 더 중요한 셈이다.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의대교수들의 역할은 교육, 연구, 진료이다. 의과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고 의학발전을 위해 연구를 하는 교수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학병원 근무 의사의 하루 시간을 보면 단연 진료에 가장 많은 시간을 쓰고 있다. 의대교수라고 예외는 아닌 셈이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들이 과연 바람직한 것일까?

요새 모 TV 방송의 개그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 프로그램이 성공한 이유에 대해 여러 가지 분석이 있겠지만 나는 그 프로가 개그 본연의 역할에 충실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개그적 이외의 어떤 요소도 배제한 체 본질에 충실한 덕분이다.
변죽이 본질을 뒤집고, 꼼수가 정론을 비하하는 지금의 현실에서 우리가 어떻게 해야할 지를 시사하는 점이다.

<의약평론가>

김형규
고려의대 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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