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진 명이비인후과의원장

지난 3주는 의료계 역사상 최대의 위기이자 혼란의 시간이었다.

2011년 12월 10일, 전의총(전국의사총연합) 대표였던 노 당선자는 전의총 회원들과 함께 대의원총회장에 경만호 집행부에 대한 항의방문을 한다. 이들은 의협 동아홀에 액젖 투척과 계란 투척을 한다. 엄중한 징계 사유에 해당된다. 대의원 의장단의 징계요청으로 2011년 12월 19일 의협 상임이사회에서 중앙윤리위원회에 징계 건을 부의했다. 징계요청을 받은 중앙윤리위원회는 접수된 징계 건을 3개월 동안 지체하다 3월5일 돌연 징계에 착수한다. 3월 25일 노환규 후보는 60%에 가까운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37대 의협 협회장 당선자로 선출된다. 당선이 결정된 3일후 노당선자에게 2년 회원자격정지라는 정관상 최고의 중징계가 결정됐다는 소식이 의료계를 강타했다. 당선이 취소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각 직역과 지역 의사회에서 중앙윤리위원회를 비난하며 징계철회를 요구하는 성명서가 줄을 이었다. 4월 1일 의료계 중진들의 주선으로 노 당선자와 경만호 회장의 극적 화해가 이루어지고 경회장이 중앙윤리위원회에 선처를 요청한다는 뉴스가 발표됐다.

언뜻 보기에 어려운 문제가 잘 해결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왜 이런 혼란이 발생하게 되었는지 우리 모두 꼭 짚어 보아야 할 부분이 있다. 바로 중앙윤리위원회의 운영상의 문제다. 중앙윤리위원회의 미숙하고 무책임한 행보에 많은 회원들이 분노했다. 중앙윤리위원회 운영자가 징계사건을 현 집행부나 기득권층에게 유리하도록 시간조정을 한 것 같다는 의문을 갖게 했다는 점이다.

중앙윤리위원들이 징계를 내리는 것은 적법했다. 하지만 징계절차를 집행하는 시간을 누가 정하고 진행시켰냐는 점이 문제로 남아있다. 작년 12월 19일 접수된 사건을 왜 3개월 이상의 시간을 지체했으며, 3월 5일 결정된 사안을 하필 당선자가 결정되고 난 후 발표한 의도가 의심스럽다. 왜 선거 전에 결정을 안 한 것인가. 3개월의 시간이 있었는데도 무슨 이유로 의심스러운 시기에 징계를 진행하고 발표한 것인가?

이미 중앙윤리위원회의 이런 의심스러운 집행은 이번뿐이 아니었다. 징계 날짜를 정하는 운영자가 의협회장선거가 있을 것이라는 것을 전혀 생각지도 않고 징계를 진행시켰다고 한다면 문제가 심각하다. 이런 식의 중앙윤리위원회 운영은 어떤 이유를 댄다고 해도 선거에 참여한 10만 회원 들을 우롱한 처사로 밖에 볼 수 없다. 게다가 운영자의 이상한 운영으로 인해 중앙윤리위회의 위상까지 추락시키고 모든 윤리위원들까지 욕을 먹고 곤욕을 치루고 있다. 회원을 무시하는 오만한 윤리위원회 운영자는 공인으로서 그 운영의 비윤리성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져야만 한다. 필요하다면 재발방지를 위해 특별위원회를 열어 문제점을 정확하게 분석해 볼 여지도 있어 보인다. 또 다른 의문은 왜 징계 발표 후 무엇이 두려워서 떳떳하지 못하게 공식입장을 발표도 못하는지 의문이다. 뒤에 숨어서 일부 기자의 입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흘리는 행태는 공인으로서의 자질부족이다.

새 중앙윤리위원회가 곧 구성된다. 새 중앙윤리위원회에서는 미숙하고 속보이는 운영행태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집행부로부터 독립하여 공정성을 유지해야만 한다. 정치성향의 인물은 철저히 배제하고 정직하고 도덕성이 겸비된 분들이 위촉되어야 한다. 위원들의 임기도 집행부 임기와 달리해서 집행부의 입김이 함부로 작용하지 못 하도록 제도적으로 차단해야할 것이다. 더 이상 자리에 연연하거나 자기 공명심에 사로 잡힌 분들의 성숙하지 못한 판단으로 의료계 전체가 홍역을 앓아서는 안 될 것이다.

의료계의 품위와 위상을 지켜 줄 새 부대와 새 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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