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진 명이비인후과의원장

의료현장에서 의료윤리는 우리의 의사결정과정과 행동지침을 정해주는 안내자 역할을 한다.

세계의사회(World medical Association, WMA)에서는 의료윤리지침을 통해 의료윤리를 어떤 이성적 개념을 가지고 접근해야하는지 4가지를 소개하고 있다. 의료윤리를 쉽게 이해하기 위해 의무론·결과주의·원칙주의·덕윤리 4가지 접근법을 간단하게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의무론(deontology)은 결과보다는 행위자가 자기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가의 여부를 윤리적인 기준으로 삼고 있다. 인간은 수단이 될 수 없으며, 그 자체로 자율적이고 이성적이고 존엄한 존재이기 때문에 인간을 수단으로 대하거나 자율성이 훼손되는 모든 행위는 정의롭지 못하다고 주장한 18세기 독일철학자 칸트(Immanuel kant)가 선구자로 알려져 있다.

결과주의는 어떤 선택이나 행동들에 의해 나온 결과들을 분석해서 윤리적 의사결정의 근거로 삼는다. 즉, 최선의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 옳은 행동이다. 공리주의(utilitarianism)가 대표적인 결과주의다. ‘최대 다수의 최대행복’을 공리적인 것으로 정의한다. 결과주의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원칙을 별로 사용하지 않는다. 원칙 자체를 만들고 순위를 정하고 적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칙을 무시하기 때문에 결국 ‘결과가 수단을 정당화 시킨다’는 비난을 받기도 한다, 즉, ‘사회적 목적 달성을 위해 개인의 인권침해가 가능하다’는 주장을 펼칠 수 있다.

원칙주의는 이름 그대로 도덕적 의사 결정의 근거로 원칙을 적용한다. 대표적인 것이 미국의 비첨과 차이드리스가 주장한 의료윤리 4원칙이다. 자율성의 원칙, 악행금지의 원칙, 선행의 원칙, 정의의 원칙으로 이 원칙들은 의료행위를 하면서 윤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려야할 때 쉽게 적용할 수 있어 상당히 유용하다. 네 원칙 중에서 자율성의 원칙이 나머지 세 원칙보다 우선시하는데 반드시 보편적인 것은 아니다. 때때로 네 가지 원칙이 서로 상충하기도 하는데 이를 해소하기 위한 기준이나 과정이 필요하다.

덕윤리(Vertue ethics)는 어떤 규칙이나 법칙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도덕행위자의 덕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덕윤리를 주장한 대표적인 인물로는 공자와 아리스토텔레스를 들 수 있다. 좋은 습관과 덕을 갖춘 의사는 옳은 결정을 내리고 그것을 실천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덕을 지닌 개인도 간혹 구체적인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불확실 할 때가 있고, 잘못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

이 네 가지 접근법들은 각기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윤리적 결정을 이성적으로 내리는 최선의 방법은 각 접근법의 장점들을 잘 반영하고 조합하여 사용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주어진 상황이나 사례에 가장 관련이 있는 규칙이나 원칙들을 신중히 검토한 뒤, 최선을 다해 실천해야 한다. 또한 여러 결정 대안의 결과들을 비교해서 어떤 결정이 최고의 결과를 가져다 주는지도 감안해야 한다.

하지만 실제 의료현장에서 이런 모든 접근방법을 염두에 두고 고민하고 의사결정을 내리기가 쉽지가 않다. 그래서 각 나라의 의사협회에서는 이러한 접근법들을 사용하여 진료현장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상황들에 필요한 윤리 가이드라인을 이해하기 쉽게 만들어 회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그 동안 의사협회가 회원들에게 대한 대회원 서비스가 미흡하다고 지적을 받아 왔다.

새 집행부가 구성되고 있다. 새 부대에 담긴 새 술이 회원들에게 새 향기와 새 맛을 선물해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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