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회장이 새로 선출되었다. 선거인단 선거라는 새로운 선거 방식으로 뽑힌 것이다. 선거 방법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겠지만 기존의 직선제나 대의원회의에서의 선거에 비해 무난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그동안 의협이 시끄럽지 않고 논란이 없었던 때는 없었지만 지난번에는 내부문제로 진통을 겪었다. 많은 회원들은 새로운 회장에게 소통과 화합을 바라고 있는 것 같다.

그동안 회원들은 왜 소통과 화합이 안 되고 있다고 생각했을까?

소통과 화합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아무리 소통을 해도 화합이 안 되면 소통의 보람이 없고 화합은 잘 되는데 소통이 안 될리도 없다. 문제는 소통과 화합에 대한 회원들의 기대와 목표가 다르다는데 있는 것 같다.

회원들, 특히 개원을 하고 있는 회원들의 불만은 하늘을 찌를 듯하다.

그 불만의 핵심은 개원 환경이 어려운데 의협이 해준 것이 없다는 것이다. 해준 것이 없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정부 편에 서서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SNS가 일상이 된 현실에서 소통이 부족했다는 지적은 소통의 문제라기보다는 진실성의 문제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다. 아무리 많은 SNS를 보내고 사람을 만나도 진실성이 없다면 누구도 소통했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화합은 소통과는 별개의 문제다. 화합은 진실성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화합은 서로 간의 공통 관심사가 접점을 찾을 때 비로소 가능하다. 개원가의 관심사가 의료수가와 관련된 것이라면 화합은 그리 쉽지 않아 보인다. 왜냐하면 의료수가는 의협집행부의 노력만으로 결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반대한다고 될 일도, 그렇다고 타협한다고 될 일도 아니다. 그러나 수가와 관련되어서도 의사들 내부에서조차 사안 별로 이해가 달라 왔다. 주치의제도를 둘러싼 논란에서 보듯이 개원가와 봉직의 그리고 전문과별로 이해관계가 다르다. 혜택을 보는 곳이 있으면 손해를 보는 곳이 있기 마련이다. 혜택을 본 쪽은 말이 없지만 손해를 본 쪽은 소통과 화합을 문제 삼을 수 있다.

소통과 화합은 생각처럼 쉽지 않다. 모든 회원들이 전체를 위하여 조금씩 양보한다는 각오가 없이는 어렵다. 내 이익은 지키고 부담은 남에게 돌리는 방법으로는 화합은커녕 소통도 쉽지 않다.

이제 우리들은 무엇을 위해 소통을 하고 화합하기를 원하는지 냉정하게 되돌아 봐야 한다. 내 이익과 내 자신을 위한 소통과 화합이라면 그것은 분열과 반목으로 이어질 뿐이다. 우리가 강한 의협, 존경 받는 의사상을 위하여 소통과 화합을 원한다면 그렇게 해야 한다. 의협이 나에게 무엇을 해 주었느냐를 묻지만 말고 내가 의협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소통과 화합은 일방통행으로는 불가능하다. 내가 나에게 소통과 화합을 위해 과연 무엇을 했는지를 물을 수 있어야 한다.

새로운 의협회장이 탄생하였다고 저절로 소통과 화합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의협은 회원들의 단체다. 내가 소통과 화합을 실천해야만 진정으로 새로운 의협이 탄생하는 것이다. 새로운 시작을 위한 소통과 화합은 우리 모두의 책임인 셈이다.
<의약평론가>

김형규
고려의대 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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