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공중보건의사로 배치된지도 3년여가 다 되어 가고 있다. 참 많은 일이 있었다.
일을 하면서 느낀 점도 많았던 시간 같다. 특히 한국의 의료 현실을 알게 되었고 덕분에 끝없는 실망감을 느끼기도 했다.

이전 누군가에게 한국에서 의사를 하는 것에 대해 ‘구멍난 배에 1등급 좌석’이라고 비유한 적이 있다.

축생조차도 자기 밥그릇은 지키는데, 의사라는 집단은 그 것만도 못하고 끊임없이 정치꾼들의 재료로 쓰이면서 농락당해 이제는 의사의 유일무이한 권리인 처방권 조차 지켜지지 않는 현실에 대해 느낀 좌절감의 한 표현이었다.

의사들, 처방권 조차 못지켜 좌절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사라는 집단은 개인주의가 심각하고 협조가 잘 안된다. 최근에는 이런저런 노력들이 많이 보이고 있지만 구심점이 없고 서로가 힘을 빼고 있다고 보이는게 안타깝다.

최근 외국계 의사와 의료계 관계자들을 만날 일이 있었다.

정책이사를 하면서 외국과 한국과의 의료계 상황을 많이 비교했고,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 느꼈었지만 직접 외국의 관계자와 이야기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외국-한국 의료상황 비교해보니
이야기를 하는 내내 그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횡포에 유린당하는 의사의 유일한 권리인 처방권, 병원에서 유린당하는 수련 의사들의 인권, 외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의사 1인당 환자수와 시간, 이미 망가질대로 망가져 버린 의사와 환자와의 관계, 협력관계에서 경쟁관계로 바뀌어버린 1~3차 병원들의 관계, 심평원으로 말미암아 망가져버리는 한국의료계의 현실.

“외국에서 의사를 하는 사람들은 한국에서 의사를 하지 않아서 다행이다”라는 말까지 할 정도 였으며, 관계자들 또한 “힘든 환경에 있다”라는 사실에 놀라워했다.

또 “최근 들어 한국에서 외국으로 의사가 되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이 많아졌다”라고 말하면서 그 이유를 이제야 알겠다고 했다.

‘참혹한 한국의료’ 막을 방법 없나?
이런 결과에는 정부의 의료복지 관련 정책들, 희생양이 되어버린 의사들도 물론 큰 영향이 있겠지만, 이렇게 되어버릴 때까지 방관한 것과 환자와의 관계에 있어서는 의사들 또한 반성해야할 부분이 많을 것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한국의사들의 외국 진출, 의과대학 인원 미달, 국민의료수준의 저하 등과 같은 참혹한 결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우리는 이런 상황이 생기지 않도록 무슨 노력을 할 수 있을까?

이경희
대한공보의협의회

정책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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