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진 명이비인후과의원장

2012년 2월 17일 매서운 겨울 날씨 때문에 따뜻한 봄이 기다려지는 오후에 의료개혁의 작은 불씨가 붙여졌다. ‘새로운 의료기술의 임상적용 시 윤리적 절차에 관한 지침(안)’공청회가 열렸다. 카바수술에서 발생한 이해상충의 문제가 윤리적 쟁점으로 부각되면서 한국의료윤리학회에서 지침(안)을 만들게 되었다.

빛의 속도로 발달하는 과학의 결과로 끊임없는 의료시술(medical procedure)과 새로운 의료기구들이 개발되어 왔다. 이러한 신의료기술의 개발과 적용에 있어서 우리는 항상 윤리적인 문제를 고려해야만 한다.

하지만 의학발전에 대한 기대가 너무 높아서 윤리적으로 간과해서는 안 되는 문제들을 슬쩍 넘어가거나 진실이 대중의 목소리에 파묻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대다수가 원하고 있다고 해서 그것을 진리(truth)라고 할 수 없다. 적은 수의 목소리지만 가치있고 진실된 목소리가 필요한 시대이다. 실제로 대형의료기관에서 상업적 이득을 염두에 두고 윤리적 문제를 고려하지 않고 밀어 부치는 경우나, 자신의 경력을 배경삼아 윤리적 문제점들을 왜면하거나 부인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황우석사건이나 카바수술건이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게다가 진실을 왜곡시키는 영향을 주는 것이 있는데 흥미위주의 언론보도 태도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우리는 윤리적 민감도를 높여야 한다. 지침을 제정할 때 현실적으로 지키기 어려운 까다로운 지침을 만들어 신의료기술의 도입이 저해되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그 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환자에게 피해를 주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의료윤리의 네 원칙( 자율성의 법칙, 악행금지의 법칙, 선행의 법칙, 정의의 법칙) 중 자율성의 원칙과 악행금지의 원칙이 바로 그것이다. 신의료시술을 할 때 피험자(환자)를 보호하고 , 이해상충의 문제를 해결하고, IRB(institutional Review Board 기관연구윤리심의위원회)를 통해 윤리적인 문제를 심의 받도록 해야 한다. 다소 귀챦고 시간이 걸리지만 윤리적인 절차를 거치는 습관이 의사들의 몸에 베어가야 한다.

우리나라 최초의 지침 초안을 작성하여 발표한 내용을 들여다보았다. 제시한 윤리지침은 핵심원칙을 환자(피험자)의 보호에 두고 8가지의 원칙을 제시했다. △환자(피험자)의 보호 △새로운 의료시술이 의학발전에 기여하는 긍정적인 측면 △개발 기술의 의학적 근거 △평가의 공정성 △실용화에 따른 사회부담 및 이익의 평가△이해상충의 관리 △책임분담 △전체 의료시술 관리체계의 연계성의 원칙 등이다.

실제로 이 지침안의 적용은 국내에서 개발된 신의료시술에 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외국의 경우 환자를 보호하기 위한 많은 기전들이 작동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에서 윤리적 문제를 발생시키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제안된 지침의 내용이 초기단계이기 때문에 아직 거칠고 개념의 전달이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눈에 띄지만 지침을 만들기 위해 노려한 흔적들이 느껴진다. 공청회를 통해 많은 의견이 개진되었다. 특별히 동료감시(peer review)와 IRB의 역학 강화, 전문학회의 감시, 평가기능 강화등이 주문되었고, 좀 더 명확한 개념정리를 요구하는 의견이 있었다. 다듬고 정리되어야 부분들이 숙제로 남았다. 지침서 합의 도출을 너무 서두르지 않았으면 한다.

아무리 바빠도 바늘을 허리에 꿰어 사용할 수 없다. 조금 더디 가더라도 적용범위를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부터 시작할 수 있도록 지침안이 만들어 졌으면 한다. 윤리는 혼돈과 어둠의 시대에 빛과 소금이 되어 우리들의 마음이 물욕에 어두워지거나 썩지 않도록 지켜줄고 것이다. 이번 지침서가 어두운 밤에 길을 안내하는 별빛으로 태어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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