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조직 진정한 리더십 일깨워

서번트 리더십의 비밀
평소 알고 지낸 의사 후배가 인사 차 필자를 찾아왔다. 얘기 끝에 조직관리에 관한 얘기를 하다가 우연히 ‘가장 훌륭한 직장 만들기 운동’을 알게 됐다. 그 후배는 삼성에서 직원연수와 인사를 담당했었고 당시 삼성생명에 계시는 분을 소개시켜 줬다.

그 분은 나에게 IMF 위기 전후 참담한 삼성전자의 조직진단 결과와 훌륭한 일터 즉 ‘GWP(Great Work Place)’ 운동 전개로 위기를 극복한 사례를 설명해 줬다. 요지는 ‘상·하간에 신뢰, 자기 일에 대한 자부심, 인간관계에 핵심이 있다’는 것이다.

이 운동을 국내에 소개한 ‘신뢰경영’(1999)의 저자(이관응)도 만났다. 이 책은 절판되고 증개판으로 ‘서번트리더십의 비밀(2010, 넥세스 BIZ)’이라는 이름으로 발간됐다.

포춘지가 선정한 ‘세상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을 선정하는 툴의 한국판을 만들어 국내 기업을 평가하는 회사도 운영하시는 분이었다. 필자는 그 툴을 우리 조직에 적용해 GWP 운동을 전사적으로 전개하려고 했다. 이 분의 도움을 받아 조직의 장·단점, 간부 및 동료 간 수직·수평적 관계에 대한 평가 등 기초 자료를 만들었다.

하지만 간부들이나 직원들은 익숙치 않은 조사에 반발했다. 과장·국장들이 후배와 부하로부터 평가 받는 것을 매우 싫어했다. 상명하복의 조직에서 서번트 역할을 강조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평가하고 개별 코치를 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불행히도 나의 기억 속에 세계 100대 기업 안에, 우리나라의 가장 훌륭한 직장 안에 병원이 선정된 것을 보지 못한 것 같다.

서비스 평가 1위, 무슨 병의 환자를 제일 잘 보는 병원, 무슨 분야 명의가 있는 병원은 의사 직종이외 다른 직원들이 일하고 싶은 가장 훌륭한 직장일까? 가장 경영실적이 좋은 병원이 직원 만족도가 가장 높은 병원일까? 우리나라의 가장 좋은 병원은 직원에게도 가장 훌륭한 직장일까?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 것이 현실일 것이다.

학생 때부터 최고의 의사가 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헤쳐와 이 분야의 최고가 된 자존심이 강한 의사들이 있는 직장. 이곳에서‘배려와 희생’의 말이 가능할까? 이곳에서 우리는 서로 성장하고 삶의 공간을 같이 공유하는 일터의 의미를, 환자를 치유시키기 위해 동료애를 발휘하고, 상·하간 신뢰가 밑받침이 된 관계의 의미를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을까?

이 책은 우리나라 병원조직문화에 진정한 리더십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한다.

필자는 생각한다. 직원이 가장 훌륭한 일터로 평가하는 병원은 반드시 우리나라에서 환자를 가장 잘 치유하는 훌륭한 병원일 것이라고.

이종구

서울대병원

대외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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