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요로운 인간관계 해법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필자가 어린 시절에는 동네에 나가 뛰어노는 게 하루 일이였다. 하루 종일 공터에서 공기놀이, 고무줄놀이 등 밥 때도 잊고 새까맣게 해가지곤 동네 친구들과 잘도 놀았다.

그도 그럴 것이 70~80년대에 동네 골목에는 자동차도 별로 다니지 않아 안전했고, 공부도 시험 때나 되서 좀 하면 되는 그런 정도의 수준이었다.

“엄마, 똘똘이네 집 놀러 가도 돼?” “안 돼, 똘똘이 공부하는 시간이래.
“엄마, 닌텐도 사줘. 우리 반에 나 빼고 없는 애 2명밖에 없어.”
“수학 숙제 다 했니? 영어 숙제는? 얼른 끝내고 수영가야지?”

집 앞 마트만 가려고 해도 “얘들아, 차 조심해야해. 어어~ 조심 해야지, 휴우” 2012년 우리 집 풍경이다.

나도 안다. 아이들이 때가 되면 할 것이라는 걸. 그리고 발달과정마다 거치고 혹은 마치고 넘어가야 하는 게 있다는 것도.

아이가 자라면서 획득해야 하는 것 중 기본은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다.

그런데 현재 대한민국은 사람과 사람이 아닌, 시험과 아이, 게임기와 아이, 경시대회 등수와 아이. 옆집아이 똘똘이와 우리 아이가 아닌 몇 등 짜리 똘똘이와 또 몇 등 짜리 우리 아이.

쓰다 보니 숨 막히는 현실이다. 필자도 우리 아이들에게 이런 엄마구나 싶어 부끄럽다.

하지만 훌륭한 사람이란 게 등수로 매겨질 수 있는 걸까? 우리는 끊임없이 맺어지는 사람과 사람간의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글쎄, 정신건강의학과의 특성상 사람간의 관계가 너무나 중요하다는 걸 알기 때문일까?

얼마 전 다시 읽어본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 그 해답이 있을 것도 같다. 사람은 사랑으로 산단다. 사랑이 바탕이 되면 인간관계는 그야말로 걱정 없이 풀리지 않겠는가.

오늘부터 아이들에게 잔소리를 줄여야겠다.

아이들 나름의 성장과정에 필요한 빈둥대는 것, 만화 보고, 친구와 놀고 싶어 하는 것들을 인정해야겠다.

훗날 우리 아이들이 “엄마가 잔소리 안 해서 내가 공부 못하는 아이가 된 것 같아요”라는 말을 할 수도 있겠지만 두고 봐야하지 않겠는가. “잘난 척하지 말고 남들 시키는 거 다 시켜”라는 선배의 이야기를 배짱 좋게 무시해 보련다.

사람의 인생에 위기가 왔을 때 그 엄마가 언제까지나 관리를 해줄 수는 없지 않겠는가. 타고난 그릇대로 산다는 얘기를 믿으며, 우리 아이들의 인간관계가 풍요롭고 건강하게 되도록 엄마로서 밑거름이 돼야겠다.

사랑을 듬뿍 주고 듬뿍 받을 줄 아는 사람이 되도록 말이다.

박신영박신영 대림성모병원 정신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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