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진 명이비인후과의원장

좋은 열매를 맺으려면 좋은 종자의 씨를 심어야 한다. 의사도 마찬가지다. 처음부터 좋은 인성과 사명감을 가진 사람들이 의과대학에 들어 와야 좋은 의사가 만들어 질수 있다. 아무리 좋은 교육 여건을 만들고 준비하더라도 본바탕이 좋아야 좋은 의사로 만들어 질수 있다. 캐나다에서 all A라는 좋은 성적으로 학부를 졸업하고 의과대학을 지원한 청년이 있었다. 그는 좋은 성적에도 불구하고 면접시험에서 3번이나 실패한 후 의과대학에서 요구하는 기준을 갖춘 후에야 의과대학에 입학허가를 받았다. 의과대학에서 신입생을 뽑을 때 총 6단계의 면접시험을 통해 인성과 적성, 사회봉사 경험 등을 체크한다. 이민 2세인 이 청년은 공부도 잘 하고 인품도 뛰어났지만 대학 4년 동안 이렇다 할 사회봉사 경험이 없었기에, 3번이나 낙방하고 급기야 1년 이상 봉사활동 경력을 쌓은 후에야 의과대학생이 되었다.

얼마 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학장역사상 두 번째로 젊은 수장인 50대 초반 학장이 취임했다. 의료계 분위기상 50대의 젊은 나이의 수장취임이 파격적이기도 하지만, 개혁의지와 다양한 경험을 통해 다져진 그의 행보에 기대가 사뭇 크다. 미래를 향한 그의 개혁마인드가 우리나라 의과대학 교육에 미칠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의과대학을 대표하는 수장으로서 밝힌 그의 포부 속에 대한민국이 필요로 하는 의과대학교육의 방향 설정을 제대로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여러가지 그의 계획 중에 눈에 띄는 부분이 있다. 내년부터 인·적성 검사 위주로 의과대학 신입생을 선발하고, 졸업 요건에 최소 1회 이상의 봉사활동을 포함하는 등 입학·졸업 요건에서 인·적성관리를 강화하겠다는 부분이다. 정말 필요한 일이고 더 일찍 도입되었어야 할 부분이다.

2차대전 이후 1980년대까지 의사들의 황금시대에 대한 동경과 미래에 대한 안정적 직업선택이라는 목표로 의과대학을 선택했던 많은 이들에게 충격이 가해졌다. 이제는 우수한 성적만 가지고는 의과대학에 입학할 수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서양의학의 도입 이후 시작된 현대의학은 일제 강점기에 의과대학의 형태가 시작되었고, 해방이후 미국식 의과대학 교육이 주종을 이루었다. 이 시기에 한국의 의과대학 교육은 실용을 중시하는 과학적 지식습득과 의료기술 도입에만 열을 올렸다. 의사로서 갖추어야할 인성과 사명, 그리고 사회적 역할에 대한 철학적 성찰은 거의 전무했다. 기껏해야 몇 분의 존경하는 의과대학 교수님들의 개인적인 철학과 인품을 통해 배운 인성교육이 전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풍토에서 배출된 의사가 후배의사를 가르쳐왔다. 의사이기 전에 성숙한 지성인으로서 갖추어야할 자질은 누가 더 수술을 잘 하는지, 많은 전문지식을 가지고 있는지 따지는 분위기 속에 뒷전으로 밀리고 말았다. 환자의 고통과 질병에 대한 두려움을 공감해주고 생명의 존엄함을 지키는 의사로서 반드시 가지고 있어야 할 부분들이 너무나 큰 공간으로 남아 있었다. 이제라도 인성교육과 전문직업성 함양의 필요성이 현실에 뿌리를 내리는 다행스러운 일이다.

의사로서 뛰어난 테크닉과 정확한 의학지식을 가지고 의술을 베푸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무식한 의사, 공부하지 않은 의사는 환자에게 악행을 행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정확한 의학지식뿐 아니라 좋은 인성을 함양해야만 진정한 의료인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런 인성과 적성은 의과대학을 들어 온 상태 이전에 이미 형성된다는 것이다. 좋은 나무는 떡잎부터 다르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의사상을 갖춘 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올바른 인성과 적성, 왜 의사가 되어야 하는지의 가치관이 의과대학 입학 전에 준비해야만 된다고 결론을 내린 것이다. 처음부터 좋은 인재를 뽑아야 한다.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