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진 명이비인후과의원장

최근 타율에 의한 면허관리로 의사의 전문 직업성이 심각하게 위협받은 두 사건이 있었다. 하나는 경북대 환아 사망사건으로 교수 2명이 면허정지를 받은 사건이고, 다른 하나는 일명 도가니법(정조대법)사건이다.

먼저 전문가단체에 일차적인 책임이 있다. 전문가의 생명이라고도 할 수 있는 자정활동을 다하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된 현상이다. 하지만 전문가 단체가 해결해 나가야 할 부분을 법으로 다스리겠다는 발상도 합리적이지는 않다.

우리는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고 합리적인 해결방향을 찾기 위해 문제점들을 찾아내야 한다. 그리고 대안을 제시해야만 한다. 먼저 의사단체 내의 문제점을 살펴보자.

대부분의 의료인들은 일부 극소수의 진료실내 성범죄 동료와 비윤리적 동료들을 강력하게 징계하고 격리시키고 싶어 한다. 그런데 왜 못하는 것일까? 문제는 썩은 부위를 도려낼 칼(권한)과 결연한 자정의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현재 의사협회 정관과 규정으로는 썩은 동료들을 조사하고 징계할 행정력이 없다. 이런 사정도 모르는 외부에서는 의사협회가 제 식구 감싸기만 한다고 비난하며 모든 것을 법으로 다스리려고 하고 있다.

경북대 사건의 경우 처음에는 응급실 담당 전공의와 인턴을 징계한다고 하더니 교수로 징계 대상이 바뀌어 버렸다. 조사과정에서 정확한 사실(fact)를 수집하고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징계처분이 내려진 두 교수에게 자신의 상황을 충분히 소명할 수 있는 청문 절차 등이 있었는지 의문이다. 또한 조사 분석과정에서 전문가(해당과 전문의, 응급의학과 전문의, 의료윤리전문가, 법률전문가)들의 참여가 없었던 것 같다.

두번째로 의사의 전문직업성에 위협이 된 사건이 바로 민주당 최영희 의원 발의로 개정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이다. 진료실에서 발생 된 성범죄뿐 아니라 일상생활 속에서도 성문제와 관련하여 벌금형을 받게 되면 10년간 면허가 정지되는 법안이다.

모든 의료인들이 나도 억울한 피해를 당할 수 있다는 생각과 공포감에 아연실색하고 있다.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을 태우는 공포조성법이 만들어 졌기 때문이다.

면허가 볼모가 되어 국민들의 진료권이 위축되도록 해서는 안된다. 대한민국 면허관리 시스템이 너무나 불안하다. 보다 근본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 선진국들도 이런 문제들로 많은 고민을 했고 사회적 합의를 통해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이런 고민과 노력들을 살펴보면 해결책이 보인다. 범죄에 대한 처벌은 법으로 이루어지고 면허에 관한 사안은 철저하게 면허관리기구를 통해 자율관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공정하고 신중하게 면허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미국의 면허국(Board of state)이나 영국의 GMC(General Medical Council)같은 곳이 만들어져야 한다.

이들 기구는 정부 관리와 법률가, 성직자들로 1/3을 구성하고, 나머지는 의사(해당 과목 전문가, 의료윤리전문가, 개원의)로 구성되어 공정성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의회에서 행정력을 위임받아 정당한 절차에 의해 징계가 결정되면 강력한 징계조치가 이뤄진다. 이러한 기구의 결정에 반발을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매우 공정하고 신중하게 징계절차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시스템의 도입과 정착이 요구된다. 공정하고 안정된 의사면허 관리는 의사나 국민을 위해 꼭 필요하다.

이제라도 정부는 의료인들이 스스로 자율규제 할 수 있도록 면허관리기관(가칭 전문직업성 향상을 위한 자율면허관리원)을 설립하여 자율징계권한을 위임하는 법적조치가 필요하다.

지나친 타율에 의한 간섭은 분노만 일으키지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없다. 스스로 참여하고 자율정화하는 성숙한 전문인으로 인정받고 싶다. 우리 모두 통렬한 반성과 개혁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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