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이상 의료계에서 취재활동을 해온 한 전문지 기자로부터 들은 이야기다. 그는 ‘1970년대까지만 해도 새해가 되면 복지부(당시 보건사회부)장관이 관련단체들을 방문하는 현장의 의견을 들어보는 관례가 있었다’고 기억을 한다.

기자의 이야기로는 그 때 보사부장관이 대한병원협회를 방문하여 협회 임원진과 병원계 전반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그 자리에서 병원협회 임원진 가운데 한 분이 관련단체였던 의사협회(당시는 의학협회)에 대해 좋지 않은 이야기를 했던 모양이다. 이 말을 들은 장관은 빙긋이 웃으며 “의사협회와 병원협회는 형제지간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사이가 그다지 좋지 않은 형제인가 보지요”라고 하더라는 것이다. 물론 농담처럼 한 이야기겠지만 언중유골(言中有骨), 그 말 속에 뼈가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문제는 그 후 30년이 훨씬 지난 지금까지도 의사협회와 병원협회가 별다른 진전없이 여전히 좋은 관계(?)를 이루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참으로 안타까울 따름이다.
돌이켜 보면 지난 많은 세월 동안 병원협회와 의사협회는 각각의 단체이익만을 추구하며 상대단체를 비난해 왔다. 병원협회나 의사협회 모두 이러한 관계가 결코 서로에게 득이 될 수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래서 그 동안 여러 차례 모임을 갖고 사태해결의 돌파구를 찾으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지금까지 이렇다할 만한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병원협회와 의사협회가 다른 점이 있다면 병원협회가 ‘병원’이라는 조직이 회원으로 되어 있는데 비해, 의사협회의 경우는 ‘의사’ 개개인이 회원으로 되어 있다는 점일 것이다. 따라서 회원의 주체가 조직과 개인으로 구분되기 때문에 이해관계에 있어서도 다소 다를 수 있다. 하기야 병협·의협 두 단체의 이해관계가 같다면 굳이 많은 인력과 비용을 낭비하면서까지 두 개의 단체로 나뉘어 운영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의사협회 회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또 병원의 주축을 이루는 의사들이 바로 ‘병원인’이라는 점에서 의사협회와 병원협회는 공동운명체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만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의사협회와 병원협회가 화합하지 못하고 서로롤 비난하며 지내온 것은 서로의 입장(협회 기능과 역할)을 이해하려 하지 않은데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싶다.

이제부터라도 자신이 속한 단체의 이익에 맞지 않는다고 해서 비난하고 매도하려고만 할 것이 아니라 먼저 상대단체의 입장을 이해하고 감싸 줄 수 있는 아량을 가져야 할 것이다. 자기단체에 속한 회원병원들의 권익을 위해 최대한으로 노력을 하돼 공통사항에 대해서는 바로 하나가 되는 모습으로의 전환이 필요한 때라는 이야기다. 그 명칭이나 기능과 역할이 어떻든 우리는 바로 하나의 ‘공동운명체’이니 말이다. <의약평론가>

김윤수 서울시병원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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