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보건복지부장관이 교체되고 나서 당국의 보험약가 정책이 극단적 규제를 벗어나 유연한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은 국민건강이나 의약업계의 백년대계를 위해 ‘불행 중 다행’이라 여겨진다.

이는 ‘약가일괄인하 제도’가 금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면서, 당국이 중장기 약가제도 개편방안을 관·민합동이 ‘약가제도협의체’를 구성해 논의키로 했기 때문이다.

또한 지난 1월 18일 문제투성이 ‘시장형실거래가제도’의 시행을 2012년 2월 1일부터 2013년 1월 31일까지 1년간 중지시키면서, 실거래가조사 최초기준일을 2011년 9월 30일에서 2014년 1월 31일로 늦췄다. 올해 7월 적용키로 했던 시장형실거래가제도에 따른 최초 약가인하 시점 역시 2014년 하반기 이후로 미뤘으며, 연구개발 투자가 많은 제약사에 대한 약가상한금액 조정 감면기준 유효기한도 2018년 1월 31일로 늦췄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국내 의약업계를 강타하고 있는 시장형실거래가제도나 약가일괄인하제도 등 새로운 보험약가 정책도입 동기를 보면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다.

‘약가수준이 선진국보다 높아 건강보험 급여 중 약제비 비중이 아주 높으니 이를 바로잡기 위해 이들 약가인하 제도를 도입한다는 것’인데, 약가수준이 선진국보다 높다는 근거가 당국의 아전인수적 어용 연구나 해석에 의한 것이라 객관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약제비를 결정하는 요인이 ‘약가’와 ‘포괄적 사용량’인데 이중 사용량과 관련된 약제비 증가 요인은 전혀 고려치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두 가지 신 보험약가 제도 중 문제가 더욱 심각한 것은 시장형실거래가 제도다.
당국의 생각처럼, 만약 보험약가 수준이 선진국과 비교하여 높다고 치면 당국이 권도(權度)로 약가만 내리면 되는데, 왜 의약품 거래상의 사적 이익을 인정치 않는 건강(의료)보험제도 기본원칙을 위배하면서까지 깎은 약값의 70%씩이나 적자(赤字) 건보재정에서 요양기관에 ‘인센티브’로 제공하는 시장형실거래가제도를 운용하고 있는지 도저히 납득되지 않는다.

약가일괄인하제도가 시행되고 있는 지금, 그 제도 하나만으로도 보건복지당국의 제도 도입 목적 즉 ‘약가 인하’는 충분히 달성되고도 남는다고 생각된다.

또한, 지금까지 건보재정에서 지급된 ‘깎은 약값의 70% 인센티브’자료를 살펴보면 6만여 곳의 요양기관 중 실제 몇몇 일부 대형병원에만 실익이 돌아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시장형실거래가 제도가 소기(所期)의 효과가 없다는 반증이다.

때문에, 당국은 이와 같은 문제투성이의 시장형실거래가제도 시행을 1년간 유예 할 것이 아니라, 차제에 이 제도 자체를 아예 폐지해야 마땅하다.

류충열
한국의약품도매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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