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진 명이비인후과의원장

희망보다는 막연한 우려와 걱정 속에 2012년 새해를 맞이하는 느낌이다. 국가적으로나 의료계 내에서나 예측할 수 없었던 일들이 일어났고 또 어떻게 흘러갈지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의사들을 옥죄는 현상은 이제 대한민국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라 세계 모든 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다. 주어진 자원은 한정되어 있고 노인인구의 폭발적인 증가와 의료기술의 발달로 의료수요가 급증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대처 방법으로 의사만 많이 배출시키고 있는 나라도 있고, 환자들의 의료 접근성을 줄이는 나라도 있고, 의사들의 수입을 깎거나 줄이는 나라도 있다.

이러한 정책을 이루어 가는데 의사단체의 의견을 존중하는 나라도 있고 무시하고 일방통행을 하는 나라도 있다. 국가의 일방적인 정책수립과 집행에 대해 국민과 의사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제시하는 역할이 의사협회에 필요하다.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국민들과 의사회원들이 믿고 따를 수 있는 지도자가 필요한 때다. 그 지도자를 올해에 선출하게 된다.

의사들은 누구나 강력한 능력을 가진 지도자가 나와서 어려운 의료계 상황을 해결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마치 메시아를 기다리는 간절한 마음으로. 하지만 메시아란 없다. 단기간 내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은 구겨진 의사들의 마음을 잠시나마 시원하게 해주는 말이나 행동뿐이다. 의사협회가 국민의 보건정책을 주도하고 회원들의 권익을 신장시키는 강력한 압력단체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지도자와 모든 의사회원들의 자발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아무리 좋은 정책제안도 그 제안을 하는 사람의 됨됨이(품성)가 인정받지 못 할 때 에는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새로운 지도자를 세우고 이 분이 의사회원들을 위해 멋진 성과를 이루기 위해 회원들과 지도자 모두 갖추었으면 하는 덕목들이 있다. 먼저 신뢰 (Trust)받는 의사가 되어야 한다. 세계 모든 국가의 의사들이 집중하고 있는 화두는 바로 국민들의 신뢰를 어떻게 얻고 회복 하느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불법청구를 근절하고 리베이트 수수를 거절하고 있다. 불법을 저지른 썩은 사과를 과감히 도려내는 자율정화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구체적인 방법으로 유명무실한 윤리위원회의 기능을 모든 회원들과 국민들이 믿을 수 있고 신뢰할 수 있는 단체로 구상하고 만들어야 할 것이다. 두 번째로 요구되는 덕목을 바로 겸손(humble) 이다. 지도자로서 회원들의 어려움을 귀담아 듣고 타 직역의 소리를 귀담아 들을 수 있는 겸손한 마음이 필요하다. 설익은 곡식이 머리를 치켜세우게 되어 있다. 자신을 뽐내고 자랑할 때 당시에는 주변 사람들이 수긍해주는 것 같지만 그 후에는 교만한 사람의 의견을 듣지도 인정해 주지도 않는다, 자신의 생각을 다른 사람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인정해주는 겸손한 사람에게 힘이 붙는다.

권위는 권위를 포기할 때 진정한 권위가 세워진다. 겸손하지 않는 사람은 항상 말이나 행동에 실수를 저지르게 되고 이는 회원전체에 큰 손해를 입히게 되기 때문이다. 세 번째로 소통(communication)하는 지도자가 나왔으면 한다. 회원과 소통하고 환자들과 소통하는 지도자가 나왔으면 한다. 자기만의 사람들에 둘러싸여 일반 회원들을 무시하지 않는 지도자를 원한다. 또한 자신의 이익만을 요구하며 지도자의 의견을 무시하고 비하하는 회원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품위(nobility)있는 지도자와 회원이 되었으면 한다. 세계 어느 나라 의사협회 게시판에 가서 보더라도 자신의 주장과 다르다고 입에 담기 힘든 욕설과 말싸움을 하는 게시판을 찾아 볼 수 없다. 서로의 의견이 다르다고 흑백으로 나누는 품위 없는 논쟁을 피했으면 한다.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의사다운 품위를 갖춘 대화와 행동을 하는 지도자와 회원이 되었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일단 새로운 지도자가 선출된다면 자신이 지지했건 안 했건 간에 믿고 따라주는 성숙한 의사회원들이 되었으면 한다. 내가 변하지 않으면 개혁은 없다. 내가 죽어야 우리가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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