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진 명이비인후과의원장

'interest'라는 단어의 어원인 라틴어 ‘interesse'는 여러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것, 여러 사람이 관계를 맺게 하는 것을 뜻한다. 나만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동료에게 피해를 주거나 손해를 입혀서는 안 될 것이다. 의사사회 내에서도 마찬가지다. 나의 행동방식이 동료들에게 불편함을 주거나 동료 의사의 이익을 위협해서는 안 된다. 작은 치어(穉魚)들은 잡지 않고 놓아주어야 한다. 서로간의 약속이다. 나 혼자 잘 살겠다고 치어까지 마구잡이로 잡아들인다면 어족은 멸종하고 잡을 고기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최근 헐값에 예방접종을 한(일명 통 큰 백신) 동료의사의 일로 주변 많은 동료의사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한 일이 있었다. 자기가 접종비를 적게 받고 싶으면 적게 받는 것은 본인의 자유다. 하지만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으로 예방접종을 하면서 본인만이 선의를 베풀고 있다고 착각을 해서는 안 된다. 주변 동료 분들에게 불편한 마음이나 손해를 끼치지 않는 선에서 접종가격을 정해야 할 것이다. 비급여 항목이기에 법적으로는 위법은 아니다. 하지만 바람직한 일도 옳은 일도 아니다.

그 의도가 환자에게 이익을 준다는 이면에 다른 불순한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러한 공급이 공짜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부추기게 될 것이고, 접종은 무상으로 해도 되는 것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도 있다. 또 그 영향은 부메랑이 되어 본인과 동료의사 모두에게 칼을 겨누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환자를 자기 병원으로 유치하려는 숨은 의도가 있기 때문에 고운 시선으로 보아 줄 수도 없고 칭찬해 줄 수도 없다. 전문가로서 양심의 문제, 에티켓의 문제다. 이런 행위를 한다고 벌금을 물리거나 윤리위원회에 회부할 수는 없다. 이런 행동은 스스로 자제해야만 한다. 전문가가 서로 지켜야 할 경계를 넘어서는 위험한 상황이다.

일부 국가에서는 이러한 행위를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프랑스 의사 직업윤리법 제3조는 의사간의 관계, 의사와 타 의료 전문직과의 관계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을 하고 있다. 제57항과 67항에서 ‘환자를 빼돌리거나 그렇게 하려는 시도는 금지한다.’‘ 경쟁에서 이기려는 목적으로 진료비를 경감시키려는 의도의 모든 의료행위는 금지한다.’ 라고 되어 있다.

좋은 진료행위는 자신만 즐겁다고 하는 자기만족의 행위가 아니라 동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만 한다. 그 내용을 살펴보아서 의도의 선함과 진정성이 있어야한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respect for others)이 모든 행위의 밑바탕이 되어야만 한다. 자기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나쁘다거나, 네 이웃을 위해 자기 자신의 이익을 포기하라는 말이 아니다. 자신의 이익도 남의 이익과 마찬가지로 존중되어야 한다.

남을 배려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그 대답은 그의 처지에 서보라는 것이다. 즉 역지사지 ( 易地思之 )하라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권리와 이익을 배려하는 것이다. 내 자신의 이익을 다른 사람의 이익과 관련시켜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갖지 못한 사람은 그가 아무리 똑똑하고, 아름답고, 건강하고, 부유할지라도 그는 가엾은 사람이다. 전문가가 갖추어야 할 배려라는 중요한 덕목이 빠져있기 때문이다. 혼자서는 즐거울지 몰라도 동료들에게 인정받지 못하고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품위 있는 삶을 가지지는 못 할 것이다.

이러한 행동은 누가 해라 하지 말라고 할 것이 아니라, 본인 스스로 자제해야 할 문제이다.
그러한 자기 판단의 기준과 자세는 의사가 되기 이전의 교육과정 속에서 먼저 익혀야만 한다. 본인부담금 할인 행위나 헐값 예방접종과 같이 제 살을 깎아 먹는 행동은 전문가로서 칭찬 받을 만한 일이 결코 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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