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의 해가 밝았다.

올해 4월에 국회의원 선거가, 12월에는 대통령 선거가 있다. 이웃나라 일본과 중국에서도 정권이 바뀌고 미국에서도 대통령 선거가 있다. 북한도 새로운 정권이 시작되었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다. 현재 우리가 누리고 있는 선거제도는 피와 땀으로 얻어진 것이다. 당연한 것 같아 보이는 선거로 정권이 바뀌는 나라는 그리 많지 않다. 형식적이거나 엉터리로 선거가 치러지는 나라가 지구상에는 더 많다. 우리나라도 선거를 통해 별탈 없이 정권이 교체된 것이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선거를 통해 선출된 직에는 정통성이 있다. 정통성이란 공개적이고 민주적인 선출 방법에 의해 공정하게 선출되었을 때 얻어지는 것이다. 선거 절차에 문제가 있거나 민주적인 선거에 의하지 않고 선출되었다면 정통성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선거에 의해 선출되면 되돌릴 방법이 없다. 그 사람이 잘하든 잘못하든 그만 두게 할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다. 건전한 비판은 할 수 있겠지만 비난을 한다고 그만 두지 않는다. 선출직은 선출 당시 국민의 지지에 의한 것이므로 그 사람을 그만 두게 할 수 있는 방법 또한 선거밖에 없다. 민주주의국가에서 일정한 기간을 두고 선거를 하는 이유이다.

올 봄에는 의협회장 선거가 있다. 선거방식에 대해 논란이 있는 모양이지만 직선제와 간선제의 중간 형태인 선거인단에 의한 방법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한다. 어떤 선거 제도로 결정이 나든 투표율이 높아야 한다. 그리고 투표 전에 신중히 생각해야 한다. 투표란 별 것 아닌 것 같은 한 표 한 표가 모여서 대세를 결정하는 것이다.

남의 의견도 들어야겠지만 자신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 뽑아놓고 후회하고 욕하는 것은 자신에게 뿐만이 아니라 자신이 대표하여 투표한 동료와 소속집단에 대한 모욕이다.

내가 지지하고 내가 투표한 정당이나 사람이 늘 당선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렇지 않을 때가 더 많다. 내가 지지하지 않는 사람과 정당이 당선되었다고 그들이 나의 적은 아니다. 이 세상에는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 내가 보기에 옳지 않아 보이는 의견이라고 타도하고 멸망시켜야 한다면 이 세상은 한 순간도 평화로울 수가 없다.

선거는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절차가 아니다. 사람들의 의견을 묻는 절차이다. 많은 사람의 의견이라면 싫더라도 승복하고 따라야 한다. 반대 의견을 내는 것과 정책을 훼방 놓는 것은 다르다. 나와 의견이 다르다고 폭력을 행사하고 업무를 방해한다면 속은 시원할지 몰라도 결국 자신과 자신이 아끼고 사랑하는 자신이 속한 집단에 해가 될 수밖에 없다.

대통령도 의협회장도 우리가 뽑는 것이다. 누가 대통령이 되고, 누가 의협회장이 될지는 그들에게 달린 것이 아니다. 우리가 원하는 사람을 뽑는 것이 선거이고, 이제 그 책임을 질 때가 된 것이다.

<의약평론가>

김형규
고대의과대학 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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