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진 명이비인후과의원장

현대의사들은 빠른 속도로 발전해 가는 과학기술의 발달과 쏟아지는 많은 의학 정보를 뒤따라가기에 너무나 힘든 상황이다. 하지만 이러한 의학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항상 동반되는 것이 윤리적인 문제들이다. 상황에 따라 필요로 하는 의학기술이 있지만 윤리적으로 합당하지 않을 때에는 과감히 포기해야 만 한다. 때로는 어떤 것은 해도 되는 것인지 해서는 안 되는 것인지 결정을 내리기 힘든 상황들도 있다. 복잡해질수록 이런 것들을 구분해줄 기준이 필요하다.

최근 인기를 누리는 TV 프로그램 중 애정남이라는 코너가 있다. 애매한 것을 정해주는 남자의 약자라고 한다. 바로 의료윤리도 애정남과 같다고 표현 할 수 있을 것 같다.
얼마 전 어느 혈우병 환자를 치료하는데 1년간 지출된 보험금이 십 억원 이상이 된다는 기사가 있었다. 환자 한 명 한 명의 생명이 다 중하고 보호받아야만 한다. 하지만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의료자원은 한정되어 있다. 최근 사회 각 지역에서 대두되는 문제가 정의로운 배분의 문제이다. 자원은 한정되어 있는 것이고 이 자원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그리고 합리적으로 정의롭게 배분하여 모두가 최대의 혜택을 얻을 수 있는가의 문제이다.

특히 의료분야에서의 배분의 정의는 그 기준을 정하기에 너무나 힘든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의료윤리가 필요하다. 해도 되는 것과 해서는 안 되는 것, 하면 좋은 것과 안 해도 되는 것을 구별해 주고 가이드라인을 정해주는 것이 의료윤리의 역할이다. 그래서 의료윤리를 survival ethics 혹은 practical ethics라고 부르기도 한다.

최근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방법이 떠오르고 있다. 이미 관련 연구기관의 주식이 주식시장에 상장되어 있다. 난치병 치료를 목적으로 한다고 하고 있지만 의료산업을 통해 많은 돈을 벌수도 있다는 속내가 더 비중이 커 보인다. 이런 가운데 잔여 배아연구를 허용하기 시작했다. 건너지 말아야할 강을 건너고 있다는 두려움이 든다. 일설에 의하면 총에 맞아 죽은 리비아의 독재자 가다피는 황모교수를 통해 자신을 복제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플라톤은 “정의와 동떨어진 지식은 지혜가 아니라 쓸모없는 정보다” 라는 말을 했다. 아무리 고도의 기술이고 첨단 기술이라고 하도라도 그 목적이 정의롭지 못하거나 과정이 정의롭지 못 할 때에는 한갓 호기심을 채워 주는 정보에 불과하다.

의료윤리는 환자와 의사와의 관계뿐 아니라 같은 동료의사 사이에서도 필요하다. 전문직이념(professionalism)에 의하면 상대방을 존중 혹은 배려(respect for others)할 줄 아는 의사가 전문가라고 규정하고 있다. 환자를 유인하기 위한 본인부담금 할인행위나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제공하는 예방접종 등이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다. 눈 앞의 이익을 잡으려고 제 살 깍아먹기 식의 얌체행위는 정의롭지 못하다. 사회는 전문가가 자율적인 행동을 하지 못 할 때 법이라는 타율로 다스리려고 할 것이다. 윤리적인 부분을 법으로 다스리게 된다면 세상은 너무나 삭막하고 무서운 세상이 된다. 모든 일에 감시자가 따라 붙고 경찰이 출동하고 끝없는 재판과 시비의 연속일 것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이 윤리다. 해도 되는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 해도 좋은 것과 하지 않아도 욕먹지 않는 것 등을 정해주는 것이 의료윤리이다. 의료 전문가인 의사들이 먼저 공부하고 자율적인 기준을 정하고 지켜 나갈 때 의료사회는 더 아름답고 정의로워 질 것 같다. 의료윤리는 의사결정의 지름길을 알려주는 나침반이고 애정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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