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관점 영화 이야기 ‘흥미진진’

신경과의사 김종석

영화를 보다

오랜만에 무척 재미있는 책 한권을 단숨에 읽었다. <신경과의사 김종성 영화를 보다>라는 책으로 다른 사람들도 꼭 읽어야 한다고 믿기에 이에 소개하려 한다.

나는 영화를 무척 좋아하지만 안타깝게도 보고 싶은 영화를 거의 보지 못하고 세월을 흘러보내고 산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도 게으른 탓도 있지만, 무섭거나 끔찍한 장면들을 보고 나면 며칠간은 잠들기가 어렵고 이런 기억은 뇌 깊숙한 곳에 자리 잡고 좀처럼 지워지지 않아 일상에서 조차도 불편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나는 가끔 보는 영화도 조심스럽게 골라서 본다. 보더라도 무섭거나 잔인한 장면, 아슬아슬한 장면이 나오면 아예 눈을 감아버리기 때문에 영화를 보더라도 제대로 봤다고 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 책에서는 뇌와 관련한 상세하고도 친절한 설명은 공부할 의도가 별로 없고 바쁜 독자들은, 대충 건너뛸 수 있도록 따로 정리돼 있다.

그리고 전에 보았던 영화들은 다시 보는듯한 즐거움이 있고, 보고 싶었던 영화들의 줄거리도 상세히 소개해줘 흥미진진하게 페이지를 넘겼다.

그리고 각 영화의 중요한 사진을 한두개씩 넣어줘 감질나기는 하지만 그래도 가뭄에 단비 만나듯 갈증을 풀어주기도 한다. 흘러간 명배우들의 명장면들을 다시 보는 즐거움 또한 쏠쏠하다. 외국 영화 뿐 아니라 국내영화들도 많이 소개한 것도 무척 마음에 든다.

나의 전공 분야와 다른 신경과학에 대한 상식을 향상시킨 것도 덤으로 얻은 수확이다.

영화 평론가가 아닌 의사가 쓴 영화이야기가 이렇게 재미있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은 의사의 자랑이라고 생각되며, 책의 반 이상이 외화에 관한 이야기이므로 영어로 번역해 해외에서도 출판되기도 기대한다.

나를 포함해 이 책을 읽은 사람 모두가 DVD가게로 달려가서 이 책에 등장하는 영화들을 모조리 사서 볼 것이 우려된다.

저자가 전에 쓴 책들 ‘뇌에 관해 풀리지 않은 의문들’, ‘춤추는 뇌’ 등 에서와 마찬가지로 해박한 지식, 놀라운 기억력, 충실한 참고자료, 본인의 연구업적, 독자들이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탁월한 글 솜씨, 무엇보다도 놀라운 감성과 섬세한 관찰력에 절로 감탄사가 나온다.

이 책은 의학에 입문하는 의대생들, 그리고 신경학 분야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은 위에 소개한 두권과 함께 무조건 읽어볼 것을 권한다. 또한 일상 업무로 머리가 뜨겁게 달궈지는 느낌이 들 때 이 책의 영화 속으로 빠져 들어 볼 것을 권한다.

저자의 해박한 지식과
참고자료를 접목한
탁월한 글 솜씨에
감탄사 절로 나와

박인숙
서울아산병원

소아심장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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