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을 수 없는 일이다. 보고도 믿고 싶지 않은 일이다. 의협회장이 개회사를 하는 도중 테러를 당했다. 지난 10일 의협 임시 대의원총회에서 일어난 일이다.

그와 비슷한 일이 얼마 전 국회에서도 있었다. 국회본회의장에서 국회의원이 최루탄을 터뜨린 것이다. 다른 사람을 향해 터뜨리지는 않았지만 최루탄은 공격용무기이다. 테러이다. 그것도 국가의 핵심기관인 국회 본회장에서 일어난 일이다.

더 황당한 일은 그 다음이다. 그러한 행동에 대해 사과를 하기는커녕 ‘독립운동을 하는 마음으로 했다’고 했다. 그런 사람을 당내 주요 보직으로 승진시킨 정당도 있다. 테러단체인 셈이다.

국회는 헌법상 규정된 국민의 대의기관이다. 정당을 통한 대의민주주의를 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국회는 국민을 대표하는 기관이다. 그래서 국회에서의 테러는 국민에 대한 테러이다. 독립된 국가에서 국민에 대한 테러가 독립운동이 될 수 없다. 국민에 대한 테러를 독립운동으로 생각하고 있다면 심각한 문제가 있는 사람이다. 그런 국회의원을 옹호하는 정당 또한 정상적이라고 하기 어렵다.

의협 대의원총회는 국회와 같은 곳이다. 회원들이 뽑은 대표기구이고, 회장은 회원들이 직선제로 뽑았다. 회장과 대의원회의 결정이 항상 나에게 올바를 수만은 없다. 사람에 따라 다르게 판단할 수 있다는 뜻이다.

나라 정책과 마찬가지로 의료계의 문제 하나하나도 회원 간에 이해가 다를 수 있다. 개원의 입장과 봉직의 입장이 다르고, 이제 막 의사를 시작한 회원과 기득권을 가지고 있는 회원의 이해가 다르다. 서울과 같은 대도시와 지방도시가 다르고, 외과와 내과의 입장이 늘 같을 수가 없다.

내 입장과 다르다고 해서 적은 아니다. 타협하고 조율하는 곳이 의협이고, 그것을 결정하는 곳이 대의원총회이다. 의협회무에 비리가 있다고 생각되면 감사를 통해 조사하고 그래도 안 되면 사법당국에 고발을 하면 된다.

그 전에도 대의원총회를 아수라장으로 만든 회원들이 있다. 폭력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 설사 옳은 명분과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 해도 폭력을 사용하는 순간 그 모든 것이 사라지는 것이다. 본인의 순수한 열정과 의도마저 묻혀버리게 된다.

이제라도 의협회원 전체와 대의원 모두에게 사과하는 것이 옳다. 그리고 테러에 대한 모든 제재를 흔쾌히 받아야 한다. 그것이 본인의 명예를 위해서나 다른 회원들의 명예를 위해서나 최선의 방법이다.

<의약평론가>

김형규
고대 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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