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희
대한공보의협의회

정책이사

대학교를 다니는 동안 가장 많이 들었던 말 중 하나가 ‘남들이 하는 만큼만 하면 중간은 간다’였다.

사실 그다지 좋아하는 말이 아니었고 맹목적으로 따라간 것은 아니었지만 나도 누군가의 선배로 종종 이런 말을 했었던 것 같은 기억이 있다.

이는 큰 흐름을 따라가면 무난하게 살수 있다는 의미이기도하며, 반대로 생각하면 ‘모난돌이 정 맞는다’처럼 괜히 눈에 띄지 말고 대세를 따르라는 말로 생각되기도 한다(?)

앞서 대세라는 말을 사용했다. 실제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수많은 큰 흐름(대세)이 있으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의식을 하든지 하지 않든지 그 흐름 속에서 살고 있다.

역으로 우리가 대세를 잘 파악하고 이용하면 이는 강한 증폭제로서 작용하기도 하고 안정된 발판이 되어 주기도 한다.

하지만 여기서 많은 사람들이 자주 간과하는 문제점이 있다. 과연 대세는 항상 옳은 것인가?

플라톤은 “민주주의는 우민정치”라고 했다. 민주주의는 대세를 따른다. 그렇다면 결국 대세를 따르는 것만은 바보 같은 짓이라는 뜻이 되지는 않을까?

과거 많은 선구자들을 보면 대세의 흐름 안에서 무언가를 창조해낸 사람이 있는가 하면 대세를 거슬러 새로운 것을 창조한 사람도 있다. 이는 대세를 따르는 것만이 정답은 아니라는 또 다른 반증이다.

누구나 흐름을 피해갈 수 있듯이 의료계 또한 많은 격류의 한중간에 떨어져있다. 그리고 그것은 의료를 제공하는 자와 제공받는 자 모두에게 긍정적인 경우가 있으며 단지 어느 한쪽에게만 긍정적인 경우, 모두에게 부정적인 경우가 있다.

그리고 이 흐름을 자기에게 유리하게 이용하려는 무리들이 있다. 이러한 무리들은 기득권자, 정치인들과 같은 사람이 대부분이며 자신의 이득을 위해 많은 사람을 선동하여 자신에게 유리한 흐름을 만들곤 한다.

이렇게 흐름이라는 것은 소수의 선구자가 만들기도 하지만 이러한 야비한 무리들이 만들기도 한다.

비단 의료인만의 문제는 아니겠지만 대학교부터 대세를 따르는 것에 너무나 익숙해져버린 많은 수의 의료인들은 결과적으로 해가 될지 모를 것을 현재 나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 이상 많은 수가 귀찮아서 인지 의욕이 없어서인지 사는 것에 지쳐서인지 아무 생각 없이 따라가기 일쑤인 것 같다.

우리 모두가 선구자일 필요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고, 그 중 나는 어디에 위치해 있으며,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는 타인의 선동에 휘말리지 않고 자기 스스로 생각해 있을 곳을 나아갈 방향을 결정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것이 옳은 것이라면 다소의 불편을 감수해서라도 의지를 관철해야할 것이다.
우리는 그만한 지식도 능력도 있는 사람들이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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