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실업이 문제다. 서울시장선거에서도 청년실업은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정부의 발표대로라면 우리나라의 실업률은 3%대로 선진국에 비해 좋은 편인데도 청년들의 분노는 수그러들지 않는다.

동반성장이 화두다. 동반성장의 정확한 뜻은 잘 모르겠으나 대기업으로부터 중소기업을 지켜내자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대기업과는 달리 중소기업은 내수위주의 소규모사업이다. 대기업들이 수출로 벌어들인 돈으로 중소기업의 내수산업을 잠식하면서 문제가 더 커지는 모양이다.

그런데 소비자들의 입장은 좀 묘하다. 아이스크림을 사 먹어도 대기업에서 하는 아이스크림이 더 맛있다. 하다못해 떡볶이 가게도 체인화 되는 바람에 길거리 떡볶이가 생계를 위협 당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입장은 같지는 않은 것 같다. 이왕이면 떡볶이도 위생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곳에서 사먹고 싶은 것이다.

대체적으로 중소기업은 국제경쟁력이 없어 수출에 큰 도움이 되지는 않지만 고용인원이 많아 일자리 창출과 내수진작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고용이 늘고 내수가 늘면 청년실업으로 인한 사회불안도 줄고 세금도 많이 걷히니 그야말로 1석2조인 셈이다. 그러나 그것이 소비자에게도 도움이 되는지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그로 인하여 발생되는 비용은 결국 국민이 부담하는 셈이니 말이다.

우리나라에는 제약회사가 300여개 있다고 한다. 세계적으로 뚜렷한 브랜드가 없이 고만고만한 회사들이다. 제약산업은 아직 내수산업이다.

정부는 제약산업을 국가미래성장동력으로 인식하고 고만고만한 회사들을 통폐합하여 거대 제약회사 구조로 바꾸고 싶어 한다. 고만고만한 회사들을 통폐합하는 방법 중에 하나가 약가인하다. 약가를 일시에 대폭 인하하면 자금력이 없는 작은 회사는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300여개의 제약회사가 난립해 있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어떠한 제약산업 육성책도 효과가 없다고 판단하고 내린 결론인 것 같다.

정부의 정책이 옳은지 그른지는 지금으로서는 알 수가 없다. 내수위주의 제약산업을 수출위주의 산업으로 전환하기 위한 정부의 조치들이 성공할 수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성공한다면 내년에 실시되는 대폭적인 약가인하가 그 전환점이 될 수 있지만 실패한다면 의약분업과 같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대표적인 내수산업을 붕괴시켜 수많은 중소기업을 망하게 하고 실업자를 양산할 뿐만이 아니라 결국 제약시장을 외국회사에게 내주는 상황 말이다.

우리가 의약분업에서 얻은 교훈은 명분이 옳고 정책의 필요성이 있다고 해서 꼭 성공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부디 우리의 복지부가 그때와 같은 실수를 다시 반복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김형규
고대안암병원 내과 교수

의약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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