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셋째 주 목요일 정오에는 대한병원협회 상임이사 및 시·도병원회장 합동회의가 열린다. 그리고 이 합동회의가 열리기 1시간 전에 시·도병원회장들이 회의를 갖는다.

최근 열린 시·도병원회장 회의는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해 회의록 낭독, 회무보고 등 형식적인 모든 절차를 생략한 채 바로 논의에 들어갔다. 논의 내용은 올해 건정심에서 결정된 병원들에 대한 1.7% 건강보험수가 인상에 관한 것이었다.

이 회의에서 시·도병원장의 입에서 터져 나온 첫 마디는 “1.7% 수가인상은 보이콧했어야 했다”는 것이었다. 비록 비공식적이라고는 하지만 보험공단과의 마지막 협상에서 병원계에 유리한 조건이 붙은 1.9% 인상은 마다하고, 건정심이 결정한, 병원계에 불이익을 줄 수 있는 부대조건이 붙은 1.7% 수가인상을 받아들인 데 대한 불만의 소리였다.

시·도병원회장들의 말은 식대와 중환자실 수가 개선 등 병원들에게 유리한 조건이 붙은 1.9%의 수가인상 제의를 받아 들였다면 그나마 실리라도 챙길 수 있었지 않았겠느냐는 지적이다. 그런데 공단과의 협상을 결렬시키고, 이어 열린 건정심에서 이렇다할만한 입장제시도 하지 못한 채 병원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부대조건이 붙은 1.7%의 수가인상률 받아들임으로써 결국 병원협회는 실리와 명분을 동시에 잃어버리는 결과를 빚게 되었다는 것이다. 차라리 건정심 결정(1.7% 인상)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병원협회는 명분이라도 찾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이들 시·도병원회장들은 입을 모았다.

물론 병원협회 협상단이 그 동안 병원계의 기대에 부응하는 수가조정을 이끌어 내기 위해 얼마나 고심하고 노력을 해 왔는지는, 병원협회 회장단의 일원으로서 너무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시·도병원회장 모임에서 터져 나온 수가인상에 대한 이들의 불만은 이들 개인의 의견이기보다 지역 회원병원들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는 점에서 병원협회는 이들의 말과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한 가지 이번 수가협상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공식, 비공식적으로 참여한 일부 인사들의 잘못된 판단으로 유리한 조건이 붙은 높은(?) 인상률은 결렬시키고 불리한 부대조건이 붙은 낮은 인상률을 수용하는, 그래서 모든 병원들에게 손해를 주는 결과가 빚어진 것이 아니었기를 바란다. 앞으로라도 자칫 협상 당사자나 그 주위 인물들이 감정에 치우치게 되면 판단을 그릇칠 수 있고, 그 결과는 협회가 그 권익을 챙겨 줘야 할 모든 회원병원들에게 오히려 피해를 주게 되기 때문이다.

이제 병원협회가 지나간 문제를 놓고 더 이상 소모적인 공방을 계속해서는 협회나 회원병원 그 어디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난날들의 협상결과를 바탕으로 잘못된 점이 무엇인지를 분석해 보고, 진정 회원병원들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인지를 병원협회는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방법의 일환으로서 협상에 임박해서 대책을 강구하려 할 것이 아니라 지금부터라도 2013년도 수가조정을 위한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하고, 그 동안 근본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되어 온 건정심 구성원 개선을 위해 좀더 노력해 주기를 병원인의 한 사람으로서 기대한다.

김윤수
전국시도병원회장협의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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