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의사다. 의사라면 다들 잘 먹고 잘 사는 줄 안다. 실제로 나조차 의과대학 졸업장을 받는 그 순간까지 곧 내 인생에 장밋빛이 펼쳐질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웬걸. 대학병원 인턴을 하던 1년과 공중보건의사로서의 3년 동안 중소 혹은 대기업에 일하는 친구들의 반도 안 되는 월급으로 연명하고 있다. 서민들의 고민과 어려움을 절감한 4년이었다. 아니, 나도 서민이다.

모아놓은 돈은 없고 박봉의 수입에 고속도로를 타고 승용차로 15분이면 출퇴근하는 거리를 자동차 연료비 걱정으로 소형차로 바꿀 고민도 하고 그 15분이 버스를 타면 2시간이 되지만 차라리 대중교통을 이용할 생각도 했다.

겨울만 되면 수도관이 동파 되지만 않게 난방비를 최대한 절약한다. 거기다 끝없이 오르는 물가는 내 월급으로는 꼬리조차 잡기 힘들다. 이런 상황에 전기요금 10% 인상안이 대두되면서 여러 사람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한다.

한국전력 이사회는 지난 17일 이사회를 열어 전기요금을 무려 10%나 올리는 방안을 의결하면서 정부에 승인을 요청했다고 한다.

세세한 방안은 아직 잡히지 않았지만 기본적인 방침은 주택·농사용은 동결하고 중소기업의 요금은 소폭 올리고 대기업엔 많은 비율로 요금인상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란다. 어찌 보면 서민들 입장에선 참 다행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건 착각일 듯싶다. 대기업의 인상률이 10%를 넘어설 경우 그 여파는 그대로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생산 공정에서 원료비가 상승하고 근무 시 사용하는 전기요금으로 인건비 상승으로 이어진다.

이외에 수많은 요인들로 어쩌면 2012년에는 기록적인 수준의 물가 상승률이 발생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이와 같은 한전의 주장을 정부가 그대로 수용할 것이라고는 보지 않는다.

현 사안의 주 부처인 지식경제부에서는 빠른 기일 내에 전기요금의 인상이 필요하지만 10%의 인상은 과하다는 입장이다.

물가 상승을 감안해 섣부른 판단은 보류한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하지만 경제적인 여건을 고려하여 최대한 한전의 요구를 수용할 방침이라고 하니 서민들의 시름은 깊어만 간다. 더욱이 이번 인상안은 추운 겨울을 앞두고 시행되는 점이라는 것이 더욱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특히나 올 겨울은 다른 때 보다 춥다고 하는데 10% 인상안이 결정된다면 서민들의 주머니는 더 추워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김문택
대한공보의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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